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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땅밑 세계 살인귀들을 소탕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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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디센트 1·2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시작,
472·436쪽, 1만2000·1만1000원

 스릴러와 SF, 피가 튀고 사지가 찢기는 하드고어(Hardgore)적 요소를 두루 갖춘 장편 소설이다. 묵직한 분량의 소설은 끔찍한 사건들을 맞닥뜨린 주인공들을 차례로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먼저 아이크. 1인당 8000달러짜리 히말라야 도보여행 가이드인 그는 폭풍을 피해 대피한 동굴에서 인솔하던 관광객 대부분이 무참히 살해되는 참사를 겪는다. 나중에 아이크와 사랑에 빠지는 수녀이자 언어학자인 앨리는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임하기 직전 원주민으로부터 사람의 음부 가죽으로 만든 기념품을 선물 받는다. 군 헬기 조종사 브랜치는 인종 청소가 벌어지는 보스니아 내전 지역에서 헬기 추락 사고 끝에 부하가 두 눈이 파인 채 잔혹하게 살해되는 사건을 만난다.

옴니버스식이던 소설은 살인귀들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초점이 뚜렷해진다. 그들의 이름은 ‘호모 헤이들리스’. 수 만년간 수 천m 땅 속 환경에 맞게 지상의 인간들과는 사뭇 다른 진화의 경로를 겪은 지하 종족이다. 머리에 혹이 자라고 눈에 피막이 생겨 미세한 빛에도 고통을 호소하는가 하면 심해어처럼 백색 피부인 그들은 근원적인 악으로 그려진다. 지상 인간은 소탕을 위해 군대를 동원한다. 근거지인 지하 세계를 선점하려는 다국적 기업도 등장한다. 제목대로 땅 밑 세계로의 ‘디센트(descent·하강)’이다.

저자는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전문 산악인이다. 보스니아에서 선거 감독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런 체험은 인간의 신체적 고통이나 전장(戰場)을 묘사하는 장면 등에서 실감 나게 발휘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 미덕에도 불구하고 ‘900쪽’은 역시 부담스럽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가상 모험을 즐기려는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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