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TV토론 문제점·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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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 선거비용도 줄이고, 후보를 안방에서 꼼꼼하게 검증해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된 첫 TV토론이 전파를 타자마자 유권자.시민단체의 소나기같은 비판에 직면했다.

28, 29일 밤 TV3사 합동주관의 첫 TV토론에선 백화점식 질문나열, 원론수준의 토론내용에 따른 정책쟁점 부각의 실패, 관심 현안에 대한 보충질의의 부재 (不在) 등 숱한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 문제점 = 서울공선협 (公選協) 이 28일 있은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후보의 TV토론을 분석한데 따르면 패널리스트들의 총 질문수는 56회. 이중 전체 질문의 30.4%인 17개 질의가 정당.선거전략.당선확률등 정책비전과 별 관련없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기타 정치문제까지 합칠 경우 전체의 37.4%인 21개 질의가 쏟아졌고 개인및 가족등 개인신상문제도 14.2%인 8개 질문이 나왔다.

특히 56회의 질문중 1회성 질문이 무려 71.1%인 40회나 등장, 나열식 토론이란 비판을 들을 만했다.

공선협이 지적한 관련사례는 청소년의 성 (性) 문제에 대한 질문에 "젊은이들의 문제는 어른들의 문제" 라고 한 응답과 21세기의 문화비전을 묻는 질문에 "국가적 긴 안목으로 문화정책을 세워야 한다" 고 한 부분등. 질문자체가 원론적인 '포괄적 의견제시형' 에 그쳐 깊이있는 논의나 구체적 쟁점을 유도하는데는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경선자금 1억5천만원" 답변에도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일반 정서를 감안한다면 의당 보충질의가 등장해야 했다는 지적이 우세했다.

질의의 우선순위 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28일 토론에서 사교육비등 교육개혁.학원폭력.고속전철 대책.일본과의 영해분쟁.행정개혁.그린벨트등의 현안이 토론에서 빠진 것은 우선순위 설정의 중대한 허점을 드러낸 결과라는 지적이다.

시간배분.패널리스트 구성등 토론회 진행과정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관심사로 부각된 李대표 두 아들 병역문제의 경우 2분소요 원칙에도 불구하고 6분26초나 소요됐다.

보충질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해명의 기회만 제공한게 아니냐는 비판을 초래했다.

29일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후보의 토론에서도 문제점은 여전했다.

金후보의 물가 3%선 억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등의 공약성 발언에 대해 가능성을 짚어보거나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추궁하는 보충질의가 이어지지 않았다.

金후보가 "지역감정에 호소한 적이 없다" 고 답변해도 패널리스트들은 그냥 넘어갔다.

金후보에 대한 '89억원 비자금설' 도 해명을 듣는 수준에 그쳤다.

◇ 개선방안 = 공선협은 TV토론의 향후 개선방안으로 ▶몇가지 주요 주제별 집중토론의 도입▶요지가 불분명한 질문보다 가상의 상황을 설정한 대응방안 요구등 후보간 변별력 (辨別力) 이 가능한 복합적 토론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최병렬 (崔秉烈) 의원은 "결국 선진국의 방식대로 후보가 동시에 출연, 사회자의 중개로 쟁점에 대한 간접토론을 펼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는 입장이다.

특히 정치권.학계에서는 토론이 번지르르한 연기력이나 매끈한 말솜씨에 의해 우열이 가려지지 않도록 ▶사적인 문제나 선거전략과 같은 비본질적인 질문을 피해 본질적.정책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후보들이 답을 회피하거나 얼버무리지 못하도록 추가질문을 던져 확실한 답변을 유도해야 하며 ▶답변시간을 2~3분간으로 한정해 많은 문제를 다루는 형식을 피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향후 TV토론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방송사들이 사교육.학원폭력등 정책주제별로 TV토론을 나눠 차별화하는 방안과 함께 패널리스트들도 기존의 언론인.교수.변호사등의 고정관념을 벗어난 참여 폭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문제은행식 방법도 아이디어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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