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TV토론]김종필총재 "집권땐 금융실명제 재검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29일 밤 TV토론회에 나온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 대통령후보는 역시 노련했다.

전날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후보가 또박또박 답변하는 모범생 스타일이었다면 金총재는 때에 따라 패널리스트에게 반문을 던지기도 하면서 자신의 지론을 펼쳤다.

그러나 이날도 미심쩍은 답변에 보충질의를 하거나 후보의 문제점을 파고드는 유 (類) 의 질문은 보기 어려워 정국 전반과 정책 현안에 대한 백화점식 토론이란 평을 면키 어려웠다.

…이번 토론의 질의수준과 방식등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사회를 맡은 유재천 (劉載天) 교수는 모두 (冒頭)에 "TV토론은 무엇보다 공정성이 중요하다" 며 "3당후보에게 질문내용.난이도.강도등을 균등하게 준비했다" 고 거듭 역설. 패널리스트들은 첫 질문부터 "야권 후보 단일화시 후보를 양보할 수 있느냐" 고 묻는등 야권 단일화 후보와 권력배분, 내각제 도입시기등 막바로 현안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정책분야로 들어가면서 나열식 질문에 일반론적 답변이 재연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金후보는 야권일각에서 제기하는 보수대연합과 DJP연합문제에 대해 서로 상치되지 않게 완곡한 표현을 써가며 노련하게 대응. 그는 기조연설을 통해 단도직입적으로 '보수대연합' 운운하는 직접적인 발언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내각제를 위해선 모든 세력과 규합할 수 있음을 강하게 내비쳤다.

金후보는 DJP후보단일화 문제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해석.

…경제분야 질문에서 金후보는 자세한 수치를 들어가며 자신의 경제정책을 설명. 기아그룹 위기와 관련, "통계를 보니 매출액 12조원, 1백42개국 수출, 고용효과 50여만명, 11개국에 공장 진출등을 하고 있는 기업" 이라며 경제에 대한 축적을 과시. 또 "기아그룹 자신이 자구노력을 충분히 한뒤 정부도 살려야 한다" 고 해결방향을 제시. 물가문제에 대한 질문중 "골프를 치면서 서민의 어려움은 생각하지 않느냐" 고 묻자 "저는 분수를 잘 안다" 며 정부 주도의 물가관리 중요성을 여러차례 강조. 금융실명제에 대한 질문에서는 이를 내각제 필연성으로 연결하는 순발력을 보였다.

金후보는 "금융실명제는 필요없는 일을 했다.

집권한다면 대대적으로 고치든지, 폐기하든지 하겠다" 고 단언. 이에 패널리스트가 정경유착을 부를 수 있지 않느냐고 역공하자 "정경유착은 그것 때문이 아니다.

절대권력에 돈이 모여서 문제다.

그래서 대통령중심제가 아닌 내각제를 해서 절대권력의 폐단을 없애야 한다" 고 자신의 논리를 전개. 고속철도 부실시공도 "우린 경험이 없으니 프랑스 기술자와 합작으로 공사를 해야 했다.

(다음 정부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고 주장. 박정희 (朴正熙) 전대통령신드롬이 화제로 등장하면서 "현 정치인들이 朴대통령만 못하다고 보느냐" 는 질문에는 "여러가지 걱정이 많은 세태가 되다보니 朴대통령 치적에 대해 국민들이 고민하는게 아닌가 싶다" 고 차분한 어조로 답변. 여기에는 자신도 경제발전에 일조했다는 뜻이 엉켜 있었다.

…金후보는 사회분야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입시문제가 가장 큰 문제인데 그 문제는 원칙적으로 대학에 맡겨야 하며 대학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 다 받아들이고 공부안하면 졸업못하도록 하면 되는 것 아니냐" 고 소신을 거듭 강조. 그는 "포르노영화를 국내 혹은 국외에서 본 적이 있느냐" 는 짓궂은 질문에는 "없어요. 점잖아서요" 라는 말로 넘어가는 재치를 발휘. 김현종.김현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