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회창후보 아들의 병역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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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한국당 이회창 (李會昌)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를 놓고 국회가 이틀째 파행을 겪고 있다.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는 우리 현실에서 국민의 병역의무는 신성한 것이며, 특히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일수록 그에 대한 책임감은 남달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아들들이 병역의무에 충실했느냐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으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시비도 그런 점에서는 당연하다.

따라서 시비가 가려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실관계의 확인이 선행됐어야 했다.

李후보 아들의 병역문제는 그가 후보로 확정되면서 야당의 공세에 의해 갑자기 중요 이슈로 부상됐다.

그렇게 된데는 정부나 당사자들의 접근방식이 미숙했던 것도 한몫을 했다.

정부로서 당연히 밝혀야 할 병적사항을 사생활 운운해 가며 피해간 것이나, 버젓이 존재하는 병적기록표를 파기했다고 잘못 답변한 것등이 오히려 시비를 크게 만들었다.

관련 가족들도 신상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스스로 먼저 밝혔어야 했다.

뒤늦게 총리가 병적표는 물론, 고교생활 기록부까지 제출하겠다고 밝힌만큼 이 부분에 대한 사실확인이 여야를 떠나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슈는 여야간 평행선을 그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李후보는 TV토론등에서 병역문제가 적법했다고 밝혔고 정부관계자도 이를 확인했다.

그러나 야당은 그 사실보다는 감량 (減量) 의 고의성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공수 (攻守) 의 교합이 맞지 않는다.

정부를 포함해 여야는 우선 사실관계를 확실한 정보와 자료를 토대로 철저히 파헤치고 낱낱이 밝혀 국민이 그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이 이 문제만을 놓고 국력을 소모할만큼 한가롭지 못하므로 이 문제를 정치의 중심 이슈로 장기화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정치권은 이 시절에 꼭 필요한 생산적인 일에 보다 힘을 쏟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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