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 주역 폴포트는 살아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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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망설.도피설.중병설등 무수한 추측만 불러일으켰던 캄보디아 '킬링 필드' 의 주역 폴 포트가 18년만에 처음 그 모습을 드러냈다.

홍콩 파이스턴 이코노믹리뷰지의 네이트 테이어 기자가 크메르 루주 점령지역인 안롱 벵에서 거행된 폴 포트의 재판에 참석, 늙고 병든 그의 모습을 촬영한 필름이 28일 미 ABC - TV를 통해 보도된 것이다.

재판에 나타난 폴 포트는 최근 그의 중병설을 입증이라도 하듯 지팡이에 의지해 겨우 몸을 추스르거나 걸음을 걷는 모습이었다.

폴 포트는 현재 고혈압과 말라리아를 앓고 있어 몹시 쇠약한 상태라고 ABC - TV는 전했다.

하얗게 센 머리에 푸른 스카프를 목에 두른 폴 포트는 재판정을 나와 이동하는 중간에도 군인 2명의 부축을 받았으며 재판이 진행되는 중간에는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재판정에는 캄보디아 내전에서 팔.다리등을 잃은 크메르 루주 민간인과 게릴라들이 참석해 "잔인무도한 폴 포트" 라고 외쳤다.

재판을 진행한 크메르 루주 지도부는 폴 포트와 추종자들이 국가 조화를 파괴하고 당의 자금을 도용했으며, 동료 부인들을 강간했다고 밝히고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폴 포트는 가택연금 상태에서 종신형을 살아야 할 운명이다.

폴 포트는 79년 베트남에 의해 축출돼 캄보디아 서북부지역 밀림에서 크메르 루주를 이끌고 줄곧 저항해왔다.

93년 치러진 총선에도 불참했던 크메르 루주는 노선 갈등으로 인해 최근들어 내분이 격화됐다.

폴 포트는 지난달 손 센 국방장관이 노로돔 라나리드 제1총리와 평화협상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가족 10여명과 함께 그를 처형함으로써 타목 국방장관을 중심으로 한 반대파의 공격을 받고 쫓기는 신세가 됐다.

현지 크메르 루주 지도부는 그를 다시 사형에 처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의료혜택을 주면서 살려줘야 할 것인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테이어 기자는 보도했다.

그러나 크메르 루주 지도부는 폴 포트가 지닌 '몸값' 때문에 그를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등 국가들은 2백만명을 학살한 폴 포트를 국제법정에 세우도록 각종 압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크메르 루주 지도부는 이를 이용해 캄보디아내 정치적 지위 획득과 나아가 서방국가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폴 포트는 목숨을 부지한 채 조만간 국제적인 흥정거리로 전락할 운명이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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