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으로 변한 한보법정…정태수씨 업혀오고 3명은 휠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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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보사건 항소심 첫공판이 열린 28일 오전10시 서울고법 417호 대법정은 환자복 차림에 휠체어를 탄 피고인들로 병동을 방불케 했다.

재판장 황인행 (黃仁行) 부장판사의 호명에 따라 국회의원인 황병태 (黃秉泰).정재철 (鄭在哲) 피고인과 전내무장관 김우석 (金佑錫) 피고인이 차례로 휠체어를 타고 입정, 피고인석 옆 공간을 꽉 채웠다.

이어 최근 신병으로 재판부에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낸 한보그룹 총회장 정태수 (鄭泰守) 피고인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채 교도관의 등에 업혀 입정했다.

이들중 최근 심장수술을 받고 상태가 좋지 않아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연장해가며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입원치료중인 黃피고인의 혈색이 가장 좋은 편이었고 질문에도 비교적 또렷하게 대답했다.

지난 11일 고혈압.당뇨.뇌경색등으로 한양대병원에 입원한 정재철피고인은 검찰 신문에 "뇌경색으로 혀가 마비돼 말을 잘 할 수 없다.

1심때 다 얘기하지 않았느냐" 며 대답조차 힘겨워하는 모습이었다.

김우석피고인은 오른손을 다친듯 붕대를 감고 그 위에 수건을 덮고 나왔으며 휠체어에 똑바로 앉지 못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또 재판장의 인정신문에도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대답했고 눈도 초점을 잃은채 허공을 응시했다.

金피고인은 지난달 24일 협심증과 우울증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으며 최근 투신하겠다고 말하는등 우울증이 심해져 병실에 특수커튼을 설치하고 교도관 2명이 감시하고 있다고 변호인인 김경회 (金慶會) 변호사가 전했다.

담당재판부는 "몸이 불편한 피고인들이 많지만 모두가 불상사없이 재판을 끝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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