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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에 사랑을 그려 나눔을 구워내는 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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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도자기 위에 사랑을 그리는 게 제 작업입니다.”

국내에 이름조차 생소한 ‘포슬린 페인팅(porcelain painting:도자기에 그림 그리는 공예) ‘아티스트인 승지민(43 ·지민아트 대표)씨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표현했다. 승 대표는 2002년부터 문하생들과 함께 작품을 제작해 전시 바자회를 열어 판매한 뒤 그 수익금을 소외 이웃 돕기에 기부해 왔다. 작품 활동과 나눔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도자기 위에 그림 그리는 공예인 ‘포슬린 페인팅’을 전파하는 승지민씨. 승씨는 8년째 전시회를 열어 얻은 수익금을 어린이·미혼모·노인에게 기부해오고 있다.


전시회의 수익금은 2005년부터는 미혼모 보호시설인 춘천 ‘마리아의 집’ 에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미혼모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도록 돕고, 여의치 않을 경우 아이에게 새로운 가정을 찾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2003년에는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2004년에는 노인성 질환을 앓는 저소득층 노인돕기에 수익금을 각각 기부했다.

올해 전시회는 발렌타인데이를 전후한 12~15일로 잡았다.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는 밸런타인데이의 본디 의미를 되새겨, 문화를 즐기면서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는 날로 삼자는 뜻에서다. 장소는 서울 청담동 프리마호텔측이 전용 박물관을 무료로 제공한다.

올해 전시바자회의 주제는 ‘사랑과 여성’이다. 하트 모양의 보석함과 액자·커피잔 등의 소품을 개성 있게 구워냈다.

여성과 생명을 상징하는 소라와 진주조개 등의 연작을 하얀 도자기 위에 다양한 색깔로 그려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성 연작도 선을 보인다.

“통상의 도자기 제작과정과는 달리 포슬린 페인팅은 유약을 바른 뒤에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여러 번 수정이 가능하고 풍부한 색채 표현이 가능합니다. 굳이 전공을 하지 않아도 감각이 있는 여성이라면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고급 취미 공예로 인기가 높습니다. “

승 대표가 꼽는 포슬린 페인팅만의 장점이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나온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주립대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공부해 여성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포슬린 페인팅은 1998년 남편을 따라 폴란드에 갔다가 취미로 시작했다. 그 뒤 이탈리아·독일 등에서 전문적으로 수련을 하면서 아예 전공을 그걸로 바꿨다. 2002년 강남에 지민아트(www.jeaminart.com)라는 작업실을 차리고 취미공예로서 포슬린 패인팅 전파에 뛰어들었다.

승 대표는 국제포슬린작가협회 컨벤션(2004년)에서 은상을, 세계 도자기페인팅 박람회(2005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현재 이화여대와 숙명여대 평생교육원 등 대학 세 곳과 백화점 문화센터 8곳에 강좌가 개설됐다. 전주· 대전·대구 분원도 생겼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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