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떨어져 중고차 수출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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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SK엔카(www.encar.com)는 중고차 인터넷 사이트 1위다. 매일 4000여 건의 중고차가 등록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중고차의 50~60%를 이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일반인은 매물을 등록하는 데 공짜지만 거래업자들은 건당 1만5000원을 내야 한다. 이것이 이 사이트의 알토란 같은 이익이 된다. 하루 방문자 20만 명, 페이지뷰가 400만 건에 달한다. 이 회사는 이와 함께 전국 15개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중고차를 사고 판다. 지난해 판매 대수는 3만3000여 대. 연간 중고차 시장은 200만 대다.

SK엔카는 지난해 매출 2460억원에 영업이익 약 60억원을 냈다. 박성철(47·사진) 사장은 “엔카는 이제 겨우 중고차 시장의 1.5%를 점유했지만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경제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수년 내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0년 SK에너지의 사내 벤처기업으로 시작했다. 당시 과장이던 그는 사내 벤처 공고를 보고 팀 동료 여섯 명과 함께 지원해 당선됐다. 이렇게 10여 개 벤처기업이 생겼지만 현재 유일하게 남았다. 첫 해 매출은 1억4000만원. 2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창업 당시 사업모델은 중고차를 직접 중개해 주고 1%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 것. 하지만 인터넷 이용자들은 공짜에 익숙해 거부감이 많았다. 다른 무료 사이트를 찾아 옮겼다. 그는 즉각 사업 모델을 바꿔 중개업체들이 입점하는 오픈 마켓으로 만들어 성공했다. 박 사장은 “대기업이었다면 이처럼 빨리 변경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0월 금융경색이 심화하자 보유한 고가 중고차(2000만원 이상)를 손해가 나더라도 대부분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 이 돈으로 올 상반기 중고차 수출에 집중 투자한다. 품질이 좋아진 5년 미만의 중고 국산차가 수출 상품이다. 그는 “원화가치가 떨어져 수출이 유리해졌다”며 “지난해 시작한 러시아 중고차 수출을 본격화해 경제위기를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이 안정되면 독일·일본산의 고급 중고차를 수입해 파는 것도 구상 중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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