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본격화되는 경수로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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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의 도발로 휴전선 언저리가 잔뜩 긴장돼 있는 동안에도 남북한 사이의 얼음장을 녹일 수도 있는 실질적인 접촉은 계속되고 있다.

경수로사업을 위한 준비작업이 진척돼 다음달이면 착공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분담금 비용 협상결과에 따라서는 우리가 분에 넘치는 부담을 안게 될지도 모르지만 남북한 당국자간의 일상적인 접촉과 협조가 가능하고 남북경협의 본보기가 될 가능성 때문에 경수로사업은 남북한 관계개선의 시험적인 기회로 기대를 모아 왔다.

재정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을 알면서도 북한에 대한 경수로 지원에 우리가 동의한 것은 남북한관계에 미칠 긍정적인 파급효과 때문이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한국형 경수로를 공급하게 됨으로써 우리 물자와 인력이 북한지역에 자연스레 들어가게 돼 남북한의 단절을 연결시키는 고리가 마련된다는 효과다.

우리의 장비와 기술인력이 북한지역에 투입됨으로써 남북한의 인적.물적 교류가 이뤄지고 남한에 대한 북한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잡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수로가 들어서게 될 신포 (新浦) 지역에 28일 우리 외교관이 상주하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 사무소가 개설된다는 소식은 뜻깊은 일이다.

KEDO라는 국제컨소시엄의 우산아래라곤 하지만 정부 관리가 북한지역에 상주하는 것은 처음일뿐 아니라 경색된 남북한관계에 희망을 갖게 하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경수로지원사업은 당초 예정보다 늦기는 했지만 북한측의 적극적인 태도로 이제 상당한 진척을 이룬 상태다.

중요한 부속의정서들이 마무리돼 이제는 공사현장인 신포와 남한 사이에 직통전화가 개설되고 우편물도 직접 교환할 수 있게 됐다.

다른 부문에서의 남북한 관계에 비추어 획기적인 일이다.

경수로사업이 원만히 진행돼 북한당국이 남한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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