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OB 김인식감독, 슬럼프 빠진 선수 믿고 기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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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OB 김인식 감독은 승부의 고비 때마다 표정변화가 없다고 해서 '포커페이스' 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또다른 애칭은 '시골아저씨' 다.

시골에서 갓 상경한 순박하고 마음씨 좋은 아저씨의 표정을 가득 풍기고 있기 때문. 그러나 선수 기용은 용모와 달리 집요하고 고집스럽다.

극심한 타격슬럼프에 빠진 선수가 나오면 2군으로 내려보내거나 교체멤버를 투입, 해당 선수를 자극시킬 법한데도 오히려 꾸준히 내보낸다.

마치 팀의 상징인 곰처럼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것이다.

김감독은 평소 선수기용에 대해 "1백26경기중 몇 게임 부진하다고 교체한다면 선수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게임을 통해 자신의 부진을 깨닫고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 라는 지론을 밝힌바 있다.

현대와의 3연전에서도 이같은 용병술은 그대로 나타났다.

첫게임과 두번째 게임에서 OB가 기록한 안타수는 모두 7개 뿐이었다.

특히 어이없는 실책으로 결승점을 헌납한 김형석은 6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장원진과 이정훈도 5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24일 마지막 경기에서는 문책성 인사가 예상됐지만 김형석과 장원진을 여전히 선발로 출장시켰다.

1회말 만루에서 병살타로 공격에 찬물을 끼얹은 김형석에게 3회 또다시 만루찬스가 왔다.

김감독은 대타를 기용하지 않고 다시 한번 노장에게 기회를 줬다.

김은 파울플라이로 물러나 김감독을 아쉽게 했다.

그러나 장원진이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고 2 - 2 동점을 이룬 6회말 2사1, 2루에서 대타로 기용한 이정훈이 역전타를 때려내 김감독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OB가 6연패의 늪에서 탈출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선수들을 신뢰한 김감독의 승리였다.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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