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6명 사장만든 사장님 대세포정 정만수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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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월급쟁이로 직장생활하면서 사장은 주인이 하니까 최고로 올라가도 전무겠구나 생각하면 허전했다.

그래서 '사장이 돼야겠다' 고 마음먹고 조그마한 회사를 차렸는데 이제 우리 직원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일 것이다.

" 79년 골판지 업체를 세워 연 매출액 2백억원 규모로 키워오면서 직원 6명에게 창업자금과 기술자.거래선을 떼주어 완전한 독립법인의 '오너 사장' 을 만든 대세포장 (대구시달성군구지면) 의 정만수 (鄭晩秀.48) 사장. 鄭사장은 "직원들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꿈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해주면 능력을 1백% 발휘할 것이라 생각했다" 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직원에게 같은 업종의 회사를 만들어줘 내보내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고 털어놓았다.

鄭사장은 회사에서 7~8년 이상 근무하고 뚜렷한 공로를 쌓은 직원을 골라 8천만~1억5천만원의 창업자금으로 현금 또는 어음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거래선.기술자등을 함께 묶어 '딴 살림' 을 내줘왔다.

다만 '분가 (分家)' 하는 회사들의 품목을 각각 식품.과자.채소류 포장용등으로 전문화해 자신의 회사는 대량생산 품목만 맡도록 구획을 정리했다.

거래선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조정한 것이다.

鄭사장은 "이같은 정책 때문인지 현재 직원들이 미안할 정도로 열심히 일해주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첫 직장인 골판지업체에서 6년 근무한 뒤 79년 대세포장을 세우고 5년 뒤인 84년 창업 때부터 함께 고생한 함영구 (咸泳九.이화포장 대표) 씨에게 매출의 절반인 월 5천만원의 거래선과 기술자 5명등을 딸려 내보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직원이었던 대세판지 이형식 (李亨植) , 신화판지 서병수 (徐柄秀) , 대세물산 한현수 (韓泫洙) , 대세산업 정반수 (鄭伴秀) , 대운포장 박광식 (朴光植) 사장을 '출가' 시켰다.

鄭사장은 "자기 회사를 가지게 된 사람들은 월급쟁이 때와는 또 달라져 전혀 다른 자세로 경영에 임한다" 고 말했다.

대세물산 韓사장은 "鄭사장은 친형제 사이에도 하기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 며 "각각 독립회사지만 대세포장의 계열사처럼 협력하고 있어 서로 도움이 되고 있다" 고 말했다.

韓사장은 "鄭사장은 크고 긴 안목으로 사업을 보고 있는 것같다" 며 "직원을 사장으로 만들어 내보내는데는 상당한 희생정신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고 말했다.

대세포장의 관리직 직원 30여명은 납품물량을 대기 위해 자발적으로 3개조를 짜 한달에 10일 이상씩 오전3시30분 (생산직 근로자의 근무 종료)에 출근해 오전7시까지 공장을 돌리고 있다.

대세포장 입사 3년째인 이재순 (李宰淳.27) 대리는 "많은 직원들이 사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고 말했다.

종업원 1백명인 대세포장의 매출액은 93년 88억원에서 94년 1백40억원, 95년 2백6억원, 96년 2백15억원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鄭사장은 "회사에서 시켜선 절대 이렇게 못한다" 며 "사장이 된 분들은 스스로 나가 창업해 경쟁자가 될만한 사람들인 만큼 도와서 내보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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