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포항 선거 각 당 표정 … 신한국당 "李대표 바람 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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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4일 실시된 충남예산 재선거와 포항북 보선결과는 산술적으론 여야 1승1패로 나타났다.

그러나 애초부터 포항에서의 열세를 점쳤던 신한국당은 예산에서의 승리를 값지게 받아들이며 축제분위기다.

특히 신한국당은 "충청의 맹주는 이제 이회창 (李會昌) 대표" 라고 의미를 확대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반면 자민련은 김종필 (金鍾泌) 총재의 아성이 흔들렸다며 아연실색했다.

자민련과 함께 두선거 모두에 공동지원 입장을 취했던 국민회의도 포항 승리에 기뻐하기보다 예산 부진을 걱정하며 자신들에게도 올지 모르는 부정적 여파를 축소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3당은 모두 5개월 남은 대선에 미칠 영향을 저울질하기에 분주했다.

◇신한국당 = 예산 재선거에서 오장섭 (吳長燮) 후보의 승리가 확정되자 '3金 지역구도' 의 붕괴와 '대선승리' 의 예고판이라는등 희색이 만면하다.

이 지역 출신 이회창대표의 대선후보 당선이 승리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며 'JP 아성' 이었던 충청 민심이 급격히 옮겨 오는 전조라고 해석했다.

이윤성 (李允盛) 대변인은 "새로운 선거풍토와 변화에 대한 국민의 기대 표출" 이라고 논평을 냈다.

오후8시 당사에 들른 李대표.박관용 (朴寬用) 총장.김기수 (金基洙) 조직위원장등 당직자들은 3층 상황실에 설치된 TV뉴스를 지켜보며 "당연한 결과" 라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李대표는 吳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수고 많았다.

최선을 다한 결과" 라고 시종 흐뭇한 표정. 李대표는 포항북 보궐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이병석 (李秉錫) 후보에게도 전화로 "어려운 상대를 만나 기대이상의 선전을 했다" 고 위로. 李대표측은 당초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던 예산 재선거가 급반전된 결과를 낳자 스스로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 ◇자민련 = 예산 재선거에서 패배를 확인하고 "믿을 수 없다" 며 깊은 충격에 빠졌다.

金총재는 굳은 표정으로 향후 정치적 행보를 묻자 "좀더 지켜보자" 고만 대답. 사무처 직원들과 개표상황을 점검하며 밤 늦게까지 당사를 지켰던 강창희 (姜昌熙) 사무총장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이회창대표가 승리한 뒤 바로 선거를 치른게 영향을 미친 것같다" 며 허탈해 했다.

그는 "그러나 李대표의 거품이 빠지면 상황이 달라질 것" 이라고 애써 연말 대선상황과 연계하지 않으려 했다.

김용환 (金龍煥) 부총재.이동복 (李東馥) 비서실장.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선거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것" 이라며 '충청권에서의 자민련 침몰' 이란 분석에 동의하지 않았다.

심양섭 (沈良燮) 부대변인도 "李대표의 선영 (先塋) 이 예산에 있는 영향이 컸다" 며 "따라서 이는 '예산현상' 일 뿐 충청권 전체의 분위기는 아니다" 고 확대해석을 극구 경계. 자민련이 포항북에서 지원했던 박태준후보의 승리는 예산참패의 충격속에 파묻혀 버렸다.

당장 자민련은 소속의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수요일에 열던 당무회의를 다음주에는 월요일로 당겨 열기로 했다.

'김종필 공천 = 충청권 당선' 의 등식이 무너진 것을 본 소속의원들의 이탈을 우려한 탓이다.

그러잖아도 이회창대표측이 경선전부터 자민련 의원 일부에게 "대선에서 도와달라" 며 사람들을 보냈기 때문. ◇국민회의 = 예산선거가 신한국당 오장섭후보의 승리로 끝나자 "아쉽다" 는 반응과 함께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닐 것" 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 당직자들은 吳후보 승리가 예산출신 이회창대표의 영향이라는데는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충청권에서의 이회창 바람의 강도에 대해선 '잠시 스치는 바람' 과 '심상찮은 조짐' 으로 엇갈렸다.

김대중 (金大中) 총재는 일산자택에서 당직자로부터 보고를 받고 "열심히 했는데" 라고 서운함을 표시. 金총재의 한 핵심참모는 " (예산이) 이회창대표의 특수 연고지역이므로 나타난 현상으로 신 (新) 지역주의의 영향일 뿐" 이라며 "조종석후보는 지더라도 DJP단일화 작업이 가속화되는 효과가 있다" 고 애써 긍정론을 폈다.

또 "그동안 자민련과의 네차례 선거공조를 모두 이겨왔다" 며 "단일후보가 탄생되면 상황은 달라져 결국 본게임에서의 민심은 정권교체쪽으로 나타날 것" 이라고 강조. 그러나 일각에선 "JP의 힘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태가 불가피할 것" 이라며 "경우에 따라선 DJ의 독자출마 상황이 오게 될 수도 있을 것같다" 는 다른 반응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당직자는 "자민련소속 의원들의 이회창줄서기가 시작될 것" 이라며 " (우리 당은) JP의 자민련이 공중분해돼도 DJP연합에 매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김석현.전영기.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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