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유예협약 도입 3개월 평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부도유예협약이라는 전례없는 제도가 도입된지 3개월이 흘렀다.

표면적으로는 채권금융기관들의 자율적 협약이지만 사실은 정부가 주도해만들었다.

일단 2개월동안 부실징후기업의 부도를 유예하고, 해당 기업의경영상태, 자구노력등을 토대로 정상화 가능성을 점검하자는 취지다.

채권금융기관들이 정상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75%이상의 동의를거쳐 지원을 계속하고,가능성이 없으면 제3자인수, 법정관리, 청산등의 조치를 밟게된다.

정부는 부도유예협약이 기업을 무조건 구제하는 제도가 아니고, 부도를 내도될지 판단하기위한 시간을 일단 벌기위한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부도유예협약후 2개월내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한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생각이다.

부실기업을 어영부영 끌고 가는 식으로는 해당기업이나 금융시장에 도움될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강경식 (姜慶植) 부총리는 "2개월뒤에 다시 부도유예협약을 몇개월 연장하는식은 곤란하다" 며 "그런 식으로 질질 끌려면 부도유예협약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 고 말했다.

부도유예협약에는 지난 4월28일 진로가 처음으로 적용된 이래 대농 (5월26일).기아 (7월15일) 등 3개 그룹이 포함됐다.

일부에서는 부도유예협약 적용 소문이 나돌면서 제2금융권이 어음을 더 많이 돌려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부도유예협약마저 없어 어음 결제를 못막는대로 덜컥 부도를 내버렸으면 지금쯤 어떻게 됐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은행권은 만약 부도유예협약제도 없이 진로, 대농, 기아등이 연쇄부도를 맞았다면 그 충격이 엄청났을 것이라며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내리고 있다.

제일은행의 권우하상무는 "협약 적용으로 진로, 기아 계열사들의 내용을다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며 "협약의 취지가 정상화를 전제로 하는것이 아닌 만큼 어느정도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본다" 고 말했다.

그러나 방만한 경영 때문에 발생한 문제를 금융기관이 책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의 입장은 다소 다른 입장이다.

협약적용 업체가 돼 봐야 실익이별로 없다는 것이다.

회생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경영권 포기를 요구하는것이 못마땅 한 것이다.

전경련등 경제단체들이 처음에는 협약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다 최근들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또 협약대상의 기준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기아의 경우처럼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협약적용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부도유예 협약을 계기로 금융관행이 새롭게 만들어 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은 "유예 협약은 필요한 것이고 효과가 있지만 한시적이어야 한다" 고 전제 "협약이 효력을 발휘하는 동안 금융기관은 기업의 신용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 고 지적한다.

소문에 의해 자금을 회수하고 이것이 부도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돈을 빌려준 모든 기업에 대한 신용조사를 새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현곤.송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