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 카프카 영화관에 가다 … 한스 치쉴러 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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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나는 모든 영화관의 상영 일정표를 거의 외우다시피 한다.

" "독일 영화 '테오도르 쾨르너' 를 보러 가기 위해 오늘은 글쓰기를 덮어버렸다.

"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프란츠 카프카 (1883~1924)가 친구와 연인에게 보낸 편지와 일기의 한 구절이다.

'변신' '심판' '아메리카' 등을 남긴 그는 청년시절 대단한 영화광이었다.

초기 무성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을 드러낸 단편적인 글들이 발견돼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단초 역할을 해주고 있다.

사방에 카프카가 남긴 영화에 관한 함축적인 문장들을 독일 배우이자 평론가인 저자가 78년부터 수집해 온 것. 순진한 처녀가 유곽으로 팔려가고 애인에게 구출된다는 내용의 영화 '백색노예' 는 카프카가 친구 막스 브로트와 함께 구상한 '리차드와 새뮤얼' 에 원용되기도 한다.

이 책은 대표적 단편 '변신' 에서 주인공이 어느날 갑자기 풍뎅이로 변해버리는 등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카프카식 글쓰기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이은희 옮김.영림카디널.1백92쪽.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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