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동시다발 특사외교 협상력 높일까 부실 낳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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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뉴스 분석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해 공격적인 ‘특사(特使·Special Envoy)외교’를 펼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핵심 분쟁 지역인 중동과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문제 해결사로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과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등 거물급 특사를 각각 임명했다. 북한 문제를 담당할 특사도 찾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최근 러시아를 비밀리에 방문해 오바마의 밀사 역할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특사 임명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오바마 정부처럼 취임 초기부터 동시다발적으로, 광범위하게 특사외교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북핵 문제 역시 이 범주에 포함돼 있어 특사외교의 허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문제 해결을 최우선시하는 ‘실용주의자’(Solutionist)인 오바마가 자신의 대외정책 철학을 구현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특사외교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국무부 조직의 경우 차관보 이상에 대해선 의회 인준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열 정비에 두세 달 걸리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사외교의 장단점=외교 전문가들은 특사외교에 장단점이 모두 있다고 말했다. 빠르고 집중적인 접근으로 실질적인 외교 성과를 끌어내는 데 매우 효율적이라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아메리칸대 봉영식(국제정치학) 교수는 “대통령과 국무장관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비중 있는 인사를 특사로 기용할 경우 상대국으로 하여금 자신들을 중시한다는 인식을 갖게 해 접촉 수위가 올라가고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특정 업무만 담당하는 특사의 입장에선 이른 시일 내에 많은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어 조급한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 국무부 조직과 중복된 업무 처리로 효율성이 더 떨어질 가능성과 상대방에게 지나친 기대를 심어줘 협상과정이 보다 어려워질 수 있는 점을 지적했다.

◆대북 특사는=벼랑 끝 전술 구사에 능숙한 북한을 상대할 경우 협상과정에서 단점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워싱턴의 또 다른 소식통은 “대북 특사의 경우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뛰어넘어 북한 핵심 수뇌부와 접촉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는 김계관 부상 이상 실력자와의 접촉에 사실상 실패했다”며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보다 비중 있는 인사가 특사로 기용돼 이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대북 특사의 경우 유력 인사들이 대부분 제의를 고사해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븐 보즈워스(전 주한 미 대사), 웬디 셔먼(전 대북조정관), 미첼 리스(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윌리엄 페리(전 국방장관), 짐 리치(전 하원 아태소위 위원장) 등이 거론됐다. 주미 한국 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이들이 대부분 대북 특사직 맡기를 꺼리고 있다”며 “책임을 맡아 봤자 북핵 문제가 쉽게 해결될 걸로 기대하지 않는 데다 중동 문제 등 미국의 국가전략과 큰 관계가 없는 북핵 이슈 하나만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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