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폭력 의원 징계, 외부 자문위에 맡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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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회 폭력사태가 재발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의원들에 대한 징계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연시 전기톱과 해머까지 동원된 폭력사태와 의사당 점거농성 역시 마찬가지다. 재발을 막자면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폭력 의원을 징계하기 위한 국회 윤리특위가 겉돌고 있다.

윤리특위는 지난달 13일 처음 소집됐으나 민주당이 의사진행을 거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지난 5일 전체회의 역시 민주당의 거부로 10분 만에 끝났다. 위원장이 소위원회로 안을 넘겨 처음 열린 회의가 어제 징계·자격심사소위원회다. 역시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그나마 진전이라면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한 정도다. 시간만 끌다 국민들 기억이 흐려질 무렵 흐지부지 넘어갈 속셈인 모양이다. 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면 그런 우려가 나온다. 지난 17대 국회의 경우 윤리특위에 모두 82건이 제소되었지만 실제 징계를 받은 의원은 없다.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싸울 땐 물불 가리지 않는 폭력을 행사하고, 이후 책임을 떠넘길 땐 ‘폭력을 뿌리 뽑겠다’며 이를 깨문다. 그러나 막상 폭력 의원을 징계하자면 여야 구분 없이 ‘눈물겨운’ 동료애를 발휘하는 바람에 징계안이 본회의장을 통과하지 못한다. 싸울 땐 원수지만, 서로 감쌀 땐 철저한 집단 이기주의다.

특히 어제 열린 소위에 위원으로 참석한 이은재(한나라당) 의원의 경우 징계심사 대상이다. 윤리특위 구성 규칙에 따르면 이런 경우 위원회 심사에 참여시키지 않아야 맞다. 징계 대상이 심사 당사자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국회에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벌어지고 있다.

의원들이 자정 능력이 없다면 외부에서 정화를 강요할 수밖에 없다. 윤리특위 활동을 돕기 위한 외부 조직으로 ‘심사자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 자문위 역시 2005년 근거규정이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구성되지 않았다. 의원들이 동료의 운명을 외부인에게 맡기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제대로 징계해야 한다. 윤리특위는 엄정한 인사를 골라 자문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자문위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실추된 권위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