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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6·25 소년병 나라사랑 못잊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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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소년 지원병들의 순수한 나라 사랑 마음을 후세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들은 입대 대상도 아니었지만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졌습니다."

'6.25 참전 소년 지원병 전우회'의 박태승(71) 회장. 그는 8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14일부터 낙동강 전선의 다부동 전적지와 강원도 철원 등 전.후방 주요 격전지를 찾아 숨진 전우들의 명복을 비는 초혼.진혼제를 올릴 계획이다.

행사 마지막날인 17일에는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위령제와 천도재를 지낸다.

박 회장은 "한국전쟁 당시 병역 소집 연령은 '18세 이상 30세 미만'이었으나 17세 이하의 소년들도 많이 자원 입대했다"면서 "이들 중 확인된 전사자만 2464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묘소도, 위패도 없는 전사자가 많습니다. 지난해 6개월간 국방부 자료를 토대로 국립현충원을 답사해 일일이 확인한 결과 전사했지만 흔적이 없는 870명을 찾아냈습니다."

박 회장은 "지난해 6월 대전 국립현충원에 위패를 봉안했으니 올해가 첫 제사인 셈"이라고 말했다.

경북 경산에서 농사꾼의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1950년 전쟁이 터지고 북한군이 밀려오자 '이왕 죽는다면 총이라도 한번 쏴보고 죽자'는 생각으로 부모 몰래 입대했다. 물론 나이를 속였다. 당시에는 워낙 전황이 급했던 터라 일일이 나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그는 육군본부 직할 수색대대에 배속돼 낙동강 전투와 서울 수복 및 평양 입성 전투에 참가했다.

불교 신자인 그는 74년부터 자신의 집 사랑채에 불당을 마련하고 소년병 전사자들의 위패를 모셔 30년간 제사를 지내왔다. 90년대 초부터 삼중스님과 함께 교도소 재소자 교화 사업도 벌여온 그는 96년 대구에 소년 지원병 전우회 사무실을 열었다.

"공부도, 사랑도 해보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산화한 전우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려옵니다.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사업에 여생을 바치려 합니다."

글=김동섭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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