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눈가리고 아웅' 수도료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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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시가 가정용 수도요금 인상안을 발표한 22일 서울시 기자실에는 한동안 인상율이 몇 %포인트인지, 그로 인한 세대별 추가부담이 얼마인지를 놓고 기자와 관련공무원 간에 설전이 계속됐다.

서울시는 인상안을 발표하며 한달 평균 수도물 19입방을 사용하는 가정의 경우 추가부담이 7백33원이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이 금액은 한국의 가정형편을 고려할때 '껌값' 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듭된 부연설명과 함께. 이같은 자료는 그러나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엉터리임이 밝혀졌다.

계산기를 두드려본 결과 실제 인상요금은 서울시 발표액의 두배가 넘은 1천4백90원이었고 이는 인상전보다 무려 45.7%나 되는 대폭 인상이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서울시 관계자의 옹색한 답변은 한마디로 '손바닥으로 하늘가리기' 였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한해동안 거둬들이는 전체 수입금을 전체 수도사용량으로 나눠 평균 요금을 계산한뒤 이를 세대당 월평균 사용량인 19입방로 계산한 결과 월평균 7백33원의 추가부담이 생긴다는 설명이었다.

문제는 한달에 19입방을 사용하는 가정의 경우 추가부담은 7백33원이 아니라 1천4백90원이라는 점이다.

또한 10입방을 사용하는 경우, 9백50원의 인상이, 20입방 사용시는 1천5백50원을 더 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인상액 축소사실을 뒤늦게 인정한 서울시는 "고의가 아니었다" 는 해명과 함께 부랴부랴 정정자료를 냈다.

또한 수돗물의 절약을 위해 대폭인상한다는 취지도 한마디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서울시의 논리대로라면 한달 평균 30입방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의 수도물 사용료를 대폭 올려야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번 인상안은 월평균 10~30입방을 사용하는 경우에 45~58%까지 대폭 인상했으나 40입방이상 사용 가정의 경우는 인상률이 13~20%에 머물렀다.

결국은 한방울의 물이라도 아껴쓰자는 서민들의 허리띠만 더 졸라매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아직도 서울시공무원들의 생각이 시민중심이라기 보다는 공무원 중심의 탁상행정임을 재확인 시켜주는 것같아 씁쓸함을 지우기가 힘든 하루였다.

문경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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