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해수욕장 백사장 민간 임대 보령시 바가지商魂 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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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요일인 20일오후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십리 (3.5㎞)에 가까운 백사장은 10만여 인파로 붐볐다.

박영욱 (朴英旭.39.회사원.서울송파구잠실동) 씨는 아이들과 함께 바다에 뛰어들었고 곧 백사장에 앉을만한 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자리잡기는 쉽지 않았다.

백사장 곳곳이 파라솔등으로 온통 장악돼 있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빈 파라솔 밑에 앉자 주인이 나타나 1만5천원을 내라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내 백사장이기 때문" 이라며 퉁명스레 내뱉았다.

보령시가 백사장을 임대한 것이다.

이른바 경영수익사업. 시는 민간인 49명에게 백사장 50평씩 35만여원을 받고 개장기간에 빌려줬다.

임대받은 사람들은 빌린 해수욕장에 빽빽이 파라솔를 치거나 튜브를 쌓아두고 있어 일반 해수욕객들은 휴식공간이 없다.

지난해까지 임대업자들은 백사장밖 공간에 임대용품을 쌓아두고 손님들이 원할 때만 백사장에 파라솔을 설치해줬다.

백사장은 시 소유도 아닌 국유지. 보령시는 '봉이 김선달' 식으로 남의 땅으로 재미를 본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곧 바가지요금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임대업자들은 백사장을 2차, 3차 임대해 앉아서 돈을 챙기고 있다.

비싼 임대료를 준 최종 임대업자들은 ▶마루 또는 돗자리가 깔린 파라솔을 1만~1만5천원 ▶튜브는 1만원에 임대하고 있다.

다른 해수욕장의 2~3배나 비싸다.

시 관계자는 "탈의장 업자들이 백사장을 점거하는게 잘못된 줄은 알지만 고위층의 결정사항" 이라고 말했다.

이에반해 부산 해운대구청은 해운대해수욕장 파라솔 임대업들의 폭리가 문제되자 올해부터 구청측이 직접 파라솔임대업을 하고 나서 대조적이다.

구청은 파라솔보관소 7곳을 백사장밖에 만들어 손님들이 원하면 한개에 5천원씩 받고 구청 직원이 직접 백사장에 설치해준 뒤 손님이 돌아가면 다시 수거한다.

대전 = 최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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