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살아있다>놀이와 학습은 별개 활동 '에듀테인먼트'효과 미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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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교육부 계획에 따르면 초.중등학교에 멀티미디어 기자재 보급을 획기적으로 늘린다고 한다.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육 정보망 (에듀넷) 과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전자교과서 등의 개발.보급 등 학교운영체제 전반을 정보화한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이처럼 새로운 매체를 이용한 교육이라면 교육방법은 물론 효과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에듀테인먼트 ( '교육' 과 '오락' 을 결합한 조어) 라는 CD롬 타이틀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공부를 오락처럼 한다는 환상적인 이름처럼 놀이와 유사한 공부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에듀테인먼트는 학습효과가 있는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멀티미디어적 요소 그 자체는 학습 초기에 학습자의 흥미를 끄는 작용만 할 뿐 바로 학습효과를 향상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다.

놀이를 하면 학습이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주장은 어떤 심리학적 연구에서도 밝혀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놀이와 학습은 엄연히 다른 활동이기 때문이다.

특히 학습을 위해서는 관련 지식이나 내용을 학습자 스스로가 조직화하고 조작하는 체계적인 과정이 개입해야 되기 때문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학습자료를 가지고 노는 것으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학습에 놀이적 요소가 필요한 것은 초기에 학습활동에 참가할 동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일단 학습동기를 갖게 되면 놀면서 학습하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 아니라 심지어 학습 자체를 방해하는 것이다.

게임이나 놀이적 요소는 학습동기가 낮은 아이들이게 초기에 학습 거부감을 줄이는 방법으로만 활용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런 이유로 해서 잘 만들어진 에듀테인먼트 타이틀이나 멀티미디어 교재일지라도 우리 아이의 학습을 책임지지는 못한다.

이에 대한 인식없이는 막대한 자원을 투자한 새 멀티미디어 교실은 신기한 장난감처럼 약간의 호기심만 끌다가 '컴퓨터에 의한 골치거리 (Computer - based Trouble)' 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황상민 교수<서울대.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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