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 비자거부 이래도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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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비자받는데 길게는 두달, 짧아야 한달이 걸린다.

사업과 유학길에 오르는 사람들로선 불편을 넘어선 심각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

영사업무 담당자를 늘려 기간을 단축하든지, 아예 비자없는 입국을 허용하든지를 요구해왔지만 아직껏 별개선이 없다.

지금 미국 상.하원에서는 한국인 비자면제법안이 심의되고 있다.

법안심의과정에서는 미국의 한국인 비자발급거부가 얼마나 주관적이며 타당성이 결여됐는지 구체적 사례가 제시됐다.

지난 17일 상원청문회에서 머코스키 상원의원이 지적한바에 따르면 심지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누이가 처음으로 관광비자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현대그룹의 사장 딸이 학생비자를 신청했지만 '불충분한 재원' 을 이유로 거부당했고, IBM 한국지사장의 아들이 미국대학의 입학허가를 받았지만 '훌륭한 학생이 아니다' 는 이유로 비자발급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비자발급심사란 불법이민을 가려내기 위한 검증절차다.

어째서 현직 대통령의 누이를 믿지 못해 비자발급을 거부할까. 대기업사장의 재정을 믿지 못하고, 자국대학의 입학허가서를 부정하면서까지 비자발급을 거부해도 되는 것인가.

양국간 판단기준의 차이일 수도 있고, 업무폭주에 따른 단순실수일 수도 있다.

이런 실수를 되풀이 않기 위해서도 영사업무인원을 늘리고 단계적 무비자 입국을 확대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5대 무역시장이다.

지난 한해 한국인 70만명이 10억달러 이상을 미국에서 쓰고 돌아왔다.

그런데도 온갖 수모와 어려움을 겪고 미국비자를 받아야 한다.

비자면제국이 되려면 비자발급거부율이 2%를 넘지 않아야 하는데 한국의 경우 2.87%니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머코스키 의원의 지적처럼 거부사례 자체가 잘못되었으니 거부율 통계부터 믿기 어렵다.

신원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는 사람들과 단체 관광객에 대해 무비자제도를 도입하면 영사업무도 대폭 줄 것이고 거부율도 훨씬 줄어드는 2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의회는 이번 기회에 비자면제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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