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訪北하는 샘넌.레이니가 할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제임스 레이니 전주한미대사와 샘 넌 전상원의원이 한반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시기에 북한을 방문한다.

올 1월까지 서울에서 근무했던 레이니 전대사는 스스로를 최초의 '주한반도' 미국대사라고 말할 정도로 남북한 사정에 정통한 인물이고, 샘 넌 전상원의원은 상원군사위원장 출신으로 클린턴 행정부 2기의 국무.국방장관 물망에 올랐던 인물이다.

이들이 비록 개인 자격이라고는 하지만 클리턴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어 이들의 방북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특히 시기적으로도 며칠전 휴전선에서 포격전이 벌어졌고, 8월5일의 4자회담 예비회담을 눈앞에 둔 시점이어서 예사롭지가 않다.

국무부 역시 4자회담의 성사, 식량 지원문제, 그밖에 북.미간의 현안을 위한 중요한 방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북한방문에 우리입장에서 몇가지 점을 당부코자 한다.

우선 최근 벌어진 무력도발 사태에서 보듯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히 물어보길 바란다.

북한은 우리나 미국으로부터 식량원조를 받아가며, 또 경수로 발전소 건설을 위한 자재를 계속 반입하면서, 동시에 포까지 동원한 도발을 하고 있으니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헷갈린다.

4자예비회담에 참석한다고 했다가 또 이를 깰듯이 성명을 발표하니 도대체 알수 없는 상태다.

따라서 이번 방북으로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 한.미 양국의 대책마련에 기여해주길 바란다.

또 북한에 어떠한 경우에도 무력도발은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식량원조나 경제협력은 이러한 전제 아래서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켜주기 바란다.

최근 미의회에서 무력도발하는 북한에 경수로나 식량지원을 하지 못한다는 법안이 통과되는등 분위기가 험하게 돼가는 점도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은혜를 원수로 갚는 식으로 간다면 우리 역시 더 이상 식량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주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이번 방문을 놓고 혹시 한국을 제외한 북.미간의 채널이 가능하지 않나 하는 식의 오해를 하지 않도록 확실한 처신을 해주기 바란다.

경수로 건설에서도 보듯 북한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으며 이의 전제가 되는 남북 긴장완화와 신뢰회복을 위해선 남북대화 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4자회담의 궁극적인 목표가 바로 이것이라는 점을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

이들이 북한 방문을 마치고 서울에 올때 북한으로부터 이러한 주문에 대한 답을 들어오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