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부도유예 여파 채권시장 찬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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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기아사태의 여파로 채권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 (은행보증 기준) 은 19일 연 12.13%를 기록했다.

기아그룹 부도유예협약 적용이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 14일과 비교하면 0.26%포인트 뛰어오른 수준이다.

금리가 오르는데 비해 채권 거래는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현대.삼성.LG그룹등 3대그룹이 발행한 채권을 제외하면 시장에서 매수세가 뚝 끊겼고, 중소기업이나 재무구조가 약한 대기업의 회사채 발행물량은 아예 사자는 세력이 없는 실정이다.

19일의 경우 신규발행 자체가 없는 것은 물론 이미 발행된 채권의 거래도 극히 부진했다.

채권 금리의 차별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보증을 선 은행에 따라 금리차가 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일은행등 일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보증을 선 채권의 경우 매입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대기업 채권이라도 3대그룹 이외에는 0.05~1.05%포인트 정도 높게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거래 자체가 부진하자 채권발행을 주선한 주간사 증권사들은 0.05%포인트 이상의 금리를 더 얹어주고 있으며, 이것도 팔리지 않을 경우 발행물량 상당부분을 자체 상품으로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5일 이후 증권사들이 떠안고 있는 채권 물량은 전체 발행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46%에 달하고 있다.

채권시장의 이같은 경색현상이 계속될 경우 시중 자금사정이나 금리 불안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종금등 금융기관들의 대출창구 역시 잔뜩 얼어붙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전체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동양증권 김병철 채권팀장은 "기아사태의 여파로 해외차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원화 자금수요를 촉발해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다" 면서 "회사채 수익률이 당분간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 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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