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땅에 대한 보고서-명당'전 최수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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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땅에 대한 의미들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전시회가 18일 예술마당 솔에서 열렸다.

'땅에 대한 보고서 - 명당' 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최수환 (崔洙煥.35) 전 (展) 이 그것. 10~100호 크기의 작품등 20여점이 전시돼 있는 이번 최수환 전시회에서는 '땅의 의미' 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 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잉태와 자연을 상징하는 여성의 몸안에 녹지와 개발된 땅의 모습을 그린 '명당Ⅰ~Ⅵ' . 좋은 땅을 찾아가는 승용차안에서 본 파괴된 자연의 모습을 그린 '명당 찾아가는 길' . 崔씨가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과거에는 '훌륭한 자연경관' 이 땅의 의미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지만 현재는 '개발될 수 있는가 없는가' 라는 개발여건만이 땅의 의미를 판단하는 유일한 잣대로 변했다는 것. 崔씨는 "현재에 와서는 아무리 기름지고 산수 (山水)가 좋은 땅일지라도 개발의 여지가 없는 곳이면 황무지와 다름없는 쓸모없는 땅으로 치부되고 만다" 고 세태의 변화를 꼬집는다.

지난 91년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젊은 작가 崔씨가 땅에 대한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부터. 언제 바라보아도 좋을 만큼 수려함을 간직하고 있으나 갖가지 유흥업소가 들어선 팔공산을 진정 좋은 땅이라고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땅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崔씨는 "앞으로 후손들에게 훌륭한 땅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개발이 아닌 보존의 잣대로 땅의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 며 "투자가치가 높다고 무조건 개발부터 하고 나면 결국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갖춘 좋은 땅들은 한 곳도 남아있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대구 =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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