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號,이번엔 斷電사고…승무원 실수로 전선 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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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장난 상태로 우주궤도를 떠돌고 있는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호가 갈수록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25일 도킹연습중이던 무인 우주화물선과 충돌, 우주정거장의 에너지원인 태양전지가 파손됨으로써 에너지원의 절반을 상실하고 수리중이던 미르호가 17일 승무원들의 실수로 전기공급이 완전 차단됐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솔로브요프 러시아 우주관제센터 소장은 이날 사고는 미르호 승무원들이 파손된 전력시스템을 고치기 위한 준비작업중 실수로 태양전지판 방향지시시스템의 전력공급선을 끊어뜨려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현재 미르호내의 모든 전기.작동지시.생명유지.통신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전력공급이 완전히 차단되는 바람에 정거장내 기온도 급격히 떨어져 승무원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로브요프 소장은 아직 우주정거장에 머무르고 있는 3명의 승무원이 비상탈출 우주선 소유즈를 이용해 탈출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상태는 아니며 조만간 "배터리를 충전해 방향지시시스템을 가동시킬 수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르호가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서는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지적한다.

지난 7일 러시아가 발사한 무인우주화물선으로부터 수리장비를 공급받아놓기는 했으나 수리를 지휘해야 할 미르호 선장 바실리 티블리예프가 현재 심장이상증세를 나타내 수리작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티블리예프의 건강이 수리작업 예정일인 이달 24, 25일까지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미르호에 탑승중인 미국인 승무원 마이클 포레이가 대신 작업에 참여해야 하나 미항공우주국 (NASA) 측은 포레이의 경험부족을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86년 우주에 쏘아올려진 미르호는 지금까지 화재와 냉각장치 파손등 각종 사고를 겪으면서도 예상수명을 5년이상 넘긴채 버텨왔으나 지난달 충돌사고에 이은 계속되는 문제점 노출로 이번 수리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더라도 얼마나 더 지탱할지 관심거리다.

장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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