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펀드 파는 게 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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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79%. 러시아펀드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이다. 올 들어서만 11.9%의 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삼성증권이 9일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동유럽펀드를 중국·브라질펀드나 국내펀드로 교체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러시아펀드가 추가적인 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러시아펀드는 지난해 상반기 국제 원유값이 크게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2007년 말 3500억원 수준이던 러시아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6월엔 82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러시아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대로 중국(-27.2%)이나 미국(-13.2%)을 앞섰다.

하지만 유가 급락과 글로벌 신용 경색, 그루지야와의 전쟁이 이어지면서 러시아 증시는 폭락했다. 달러당 23루블이었던 루블화 가치는 가파르게 추락해 36.24루블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5월 2500에 이르던 러시아 RTS지수는 5일 기준 513까지 떨어진 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펀드는 전체 해외 펀드 중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삼성증권 채수호 연구원은 “최근 2개월 동안 글로벌 주식시장이 다소 살아나는데도 러시아 증시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1998년 같은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루블화 통화가치는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증시의 추락이 러시아펀드에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동유럽펀드는 대부분 러시아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템플턴이스턴유럽주식형자’(1년 수익률 -64.7%)나 ‘신한BNP봉쥬르동유럽플러스주식자’(-69.1%) 펀드처럼 러시아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채 연구원은 “러시아와 동유럽펀드는 비중을 축소하고, 글로벌 경기 개선으로 상승할 만한 유망 지역으로 교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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