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잡아라>유통업계 신업태 '아울렛' 번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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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유통업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백화점.할인점에 이어 아울렛 (Outlet) 이란, 다소 생소한 형태의 유통점이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울렛은 한 마디로 이월.재고품을 30~90%까지 할인판매하는 재고품 전문매장. 미국.일본등에서 발달한 신업태 (業業態) 다.

매장 규모가 보통 수백~수천평에 이르는 대기업 직영점이라 소규모 전문할인매장과는 다르며, 재고품을 팔기 때문에 새 물건을 싸게 파는 E마트.킴스클럽등 할인점과도 구별된다.

현재 수도권의 아울렛은 10여개. 지난 94년 이랜드가 국내 처음으로 의류중심의 2001아울렛을 선보인 이후 늘어나고 있으며 업종도 가구.전자제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2001아울렛의 경우 당산.천호점등 5개가 성업중인데 이랜드는 앞으로 수를 전국에 30개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바로크가구는 지난달 말 경기도에 가구전용 아울렛을 개점했으며, 두고정보통신은 최근 서울 삼성동에 컴퓨터 전문아울렛 '컴마을클리어런스 센터' 를 열어 재고.전시제품을 정상가보다 30~70% 싸게 팔고 있다.

또 전자랜드21은 내달 9일 서울 노원구에 전자랜드아울렛21을 개점, 오디오.TV.컴퓨터.통신기기등 약 2천여종의 국산.수입 전자제품을 정상가보다 50~80% 싸게 팔 예정이다.

이밖에도 부동산 개발회사인 환경창조가 경기도 일산 장항동 6천6백평에 연면적 3만여평의 대규모 아울렛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최근 토지개발공사로부터 땅을 매입했다.

오는 99년 완공 예정인 이곳에는 주제별로 6개동이 들어설 예정인데, 의류.신변잡화등 웬만한 공산품은 모두 취급하겠다는 것이 환경창조측의 계획. 소비자 입장에서 아울렛의 장점은 한 곳에서 하자 (瑕疵) 없는 다양한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점. 조금 유행은 지났지만 거의 신제품이나 다름없는 물건도 적지않아 잘만 고르면 짭짤한 재미를 볼 수 있다.

가구.전자제품등은 대부분 무료 배달에다 신용카드 사용도 가능하다는 점도 유리하다.

규모도 엄청나 2001아울렛 중계점의 경우 매장 총면적이 무려 4천1백평이 이른다.

서울 충무로에 있는 신세계 본점이 신.구관을 모두 합쳐 3천8백평이니 이보다 더 큰 셈이다.

물건이 다양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 2001아울렛 당산점의 경우 5개층중 3개층에 까슈.발렌시아.소르젠떼.트래드클럽등 60여종의 유명 의류브랜드가 빽빽히 진열돼 있다.

나머지 2개층에는 구두.시계.액세서리.주방용품등 각종 생활용품이 가득 진열돼 있다.

심지어 식품류도 있다.

한 이랜드 관계자는 "이곳에서 팔리는 물건중 70% 이상을 직원들이 직접 다니면서 사온다" 면서 "품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격이 시중 전문할인점보다도 10%이상 쌀 것" 이라고 말했다.

아 울렛은 재고품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종전에는 재고품은 무조건 싸구려로 인식됐는데 이제는 파는 곳도 백화점이나 다름없이 달라졌고 소비자 인식도 바뀌고 있다" 고 말했다.

2001아울렛 당산점에서 정상가 38만원짜리 트래드클럽 신사정장을 19만원에 샀다는 주부 朴모씨는 "매장 분위기가 마치 백화점같아 싸구려 재고품을 사는 것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으며 가격도 만족스러운 수준" 이라고 말했다.

물론 재고품이다 보니 품목당 수량이나 치수등이 한정돼 있는 경우가 많은 등 문제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고, 업체는 재고 처리에다 유통망 확충이란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아울렛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일본처럼 기업형 아울렛이 전 업종으로 급속하게 번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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