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家衛감독 '부에노스아이레스'…이방인 외로움 영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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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영어제목이 '해피 투게더' 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에는 '재회에 관한 이야기' 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홍콩의 중국귀속 직전에 만들어진 이 작품은 홍콩의 반대편인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건너간 두 동성애자 장궈룽 (張國榮) 과 량차오웨이 (梁朝偉)가 주인공이다.

웨이터일을 하면서 그런대로 살아보려고 하는 량차오웨이가 중국을 상징한다면 자유분방하고 부나비처럼 살아가는 장궈룽은 홍콩을 상징한다.

여기에 량차오웨이와 그리움을 나누는 장진 (張震) 은 대만인인 셈이다.

광각렌즈와 들고찍기의 사용, 스탭프린팅에 의한 뮤직비디오적인 영상, 그리고 강렬한 비트의 음악으로 '왕자웨이 스타일' 이라는 새로운 영화언어를 만들어낸 왕감독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에서 흑백과 컬러의 교차,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지구 반대편에 자리한 홍콩의 모습을 거꾸로 배치한 화면등의 재치로 자신의 스타일을 더욱 발전시켰다.

"홍콩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리메이크했다" 는 왕감독의 말처럼 이전의 작품들과 같은 주제를 새로운 부대에 담고자 한 시도가 엿보인다.

특히 상처주기와 화해를 거듭하는 연인의 감정과 함께 낯선 남미에서 느끼는 이방인의 외로움이 진하게 배어져나와 홍콩에 머물렀던 이전 작품들에 비해 훨씬 공감의 폭이 넓어졌다는 평을 받았다.

왕감독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이 영화에 대해 칸 현지에서 "나의 작품은 게이영화가 아니다.

동성.이성을 떠나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도 느끼는 외로움을 그린 사랑이야기일 뿐이다.

함께 있으면서 행복할 수있다는 건 자기자신,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사랑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고 밝혔었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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