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국가기밀누설' 최소한도로 적용해야" - 대법원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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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가기밀의 수집.탐지.누출 행위를 처벌토록 규정한 국가보안법 제4조는 헌법에 보장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새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주심 李敦熙대법관) 는 17일 국가기밀을 해외 공작원에게 누출시킨 혐의등으로 구속기소된 범민련 남측본부 중앙위원 姜순정 (67) 씨의 국보법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국가기밀의 수집.전달부분에 대해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판결은 지난 1월 헌법재판소가 국보법 4조1항 (국가기밀 수집.전달등)에 대해 엄격하게 해석토록 한정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한 것으로 앞으로 대공수사와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국보법 적용은 국민 기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유추.확대 해석을 금지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히 해석돼야 한다" 고 전제하고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공지 (公知) 의 사실로 누설때 국가안보에 실질적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없다면 국가기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고 밝혔다.

姜씨는 92년1월부터 94년5월까지 12차례에 걸쳐 범민련 캐나다본부 중앙위원 강병연 (姜秉延.48) 씨에게 국내 정세와 재야동향을 편지와 녹음테이프로 정리해 전달한 혐의등으로 구속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4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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