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검찰총장 공직제한 '기본권 과잉규제' 판정 위헌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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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헌법재판소가 16일 검찰총장 퇴임후 2년간 공직취임등을 제한한 검찰청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림으로써 지난해 국회제도개선특위의 여야 합의가 수포로 돌아갔다.

따라서 헌법소원 당사자이자 오는 9월15일 2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김기수 (金起秀) 검찰총장은 이번 결정으로 법무장관등 공직 임명이나 김도언 (金道彦) 전검찰총장의 예처럼 정당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직등 출마가 가능해졌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국가안전보장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국민의 기본권을 법률로 제한하더라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으며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나 과잉금지할 수 없다" 고 못박았다.

지난해말 검찰청법 개정 당시에도 국회제도개선특위가 검찰총장의 퇴임후 모든 공직취임 금지 움직임을 보이자 검찰은 물론 법조계 일부에서 위헌의견이 개진됐던 것도 사실이다.

공포된 법률을 수호해야 할 법무부 역시 개정 검찰청법의 위헌성을 사실상 시인, 이번 헌법소원사건의 경우 이례적으로 합헌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12.12및 5.18사건' 1차 불기소처리나 한보사건 1차 수사결과등 '미묘한' 사건 때마다 검찰이 불신을 받아와 검찰권의 중립성 확보라는 명분에 밀려 법개정 당시 위헌주장은 설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법개정을 주도한 야당은 金검찰총장이 1월22일 헌법소원을 내자 "여야 합의로 개정된 법률을 검찰총장이 문제삼는 것은 검찰의 중립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염원을 저버리는 처사이자 국민에 대한 항명" 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듯 검찰은 위헌결정에 대해 "개정 검찰청법 조항이 가진 법률적 문제점이 개선돼 다행" 이라면서도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법조항의 위헌성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검찰의 독립성이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로부터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결정이 국민의 검찰로 바로 서기 위한 또하나의 계기가 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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