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영방송은 신뢰회복에 앞장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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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언론학회(회장 박명진)는 지상파 방송 3사의 대통령 탄핵 관련 방송에 대해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KBS.MBC.SBS의 탄핵 관련 방송의 편파성을 인정한 것이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9일에 걸쳐 96시간의 시사.보도프로그램들을 분석한 이 결과는 탄핵 찬성과 반대 진영이 산술적으로 엄청난 수치의 차이를 보인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여기에 감성적인 영상과 말의 표현으로 탄핵 반대 진영을 약자인 민주세력으로 이미지화함으로써 정당성을 부여하고 동정심을 유발해 편향을 가속화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특히 사회자의 멘트가 윤색적 형용사나 주관적 표현을 쓰고 있었다는 분석에 주목한다. 가치중립적이어야 할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앞장서서 자극적인 말로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것은 언론인의 자세를 의심케 한다. 뉴스의 전달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객관적인 태도를 견지해나감으로써 시청자들이 차분하게 사태를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적인 의무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런 편향성이 KBS.MBC 등 공영방송에서 더욱 심함을 지적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공정성 확보는 신뢰의 근간이다. BBC나 NHK 등 선진국의 공영방송이 국민에게 절대적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신뢰하는 방송이기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정성의 첫 단추는 방송의 정치적 중립으로부터 비롯된다. 군사독재 시절을 거쳐오며 공영방송은 정권에 의한 편향을 강요받아왔다. 이런 불행한 과거사가 오늘까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는 않은지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언론노조와 KBS.MBC노조가 성명서를 통해 언론학회의 보고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은 유감이다. 우리는 공정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을 경계하며 방송위의 보도교양심의위원회가 조속히 최종 판단을 마무리 지을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