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정신 건강 <하> 틱장애 함께 앓는 ADHD … 길게 보고 여유롭게 치료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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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병원을 찾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환자인 최모(9세)군은 산만하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학교에서 자주 주의를 받았다. 1년 전부터 수시로 코를 실룩이는 행동을 보이고, “음~음~” 등 소리를 반복해 수업시간에 다른 학생들의 따가운 눈총과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진단 결과 최군은 틱장애(그중에서 뚜렛장애)를 동반한 ADHD 질환을 겪고 있었다.

현재 ADHD 질환만 갖고 있는 아동은 전체 30%에 불과하고, 대부분 틱장애·불안증·학습장애와 같은 동반질환을 겪는다. 틱장애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신체 일부를 계속해서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런 틱장애와 1년 이상 운동틱과 음성틱이 동시에 지속되는 뚜렛장애는 ADHD와 동시 발생률이 14%나 된다.

또 ‘내가 학교에 갔다 오면 엄마가 사라지지 않을까’와 같은 두려움과 걱정을 하는 불안증이 34%, 지능은 정상이지만 읽기·글쓰기 등 특정영역에서 지능이 훨씬 못 미쳐 학업수행이 어려운 학습장애가 20~40% 정도 ADHD와 공존한다. 

이렇게 동반질환을 가진 ADHD 아동의 치료를 위해선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의사 입장에서 이런 아동의 치료는 보다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동반 장애를 겪는 ADHD 아동은 일반 ADHD 아동보다 치료기간이 더 길고, 학업 성취도 저하, 사회·가족과 상호작용의 어려움이 크다. 이에 따라 우울증·대인기피증·사회부적응 등 또 다른 복합 정신장애로 이어질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동반질환을 가진 ADHD 아동은 조기진단과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질환이 의심되면 곧바로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고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심리·인지행동요법·학습 및 약물요법 등 다양한 치료법으로 ADHD질환을 극복할 수 있다.

이 중 ADHD를 치료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약물이다. 그러나 동반질환을 가진 ADHD 아동의 약물요법은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진료를 하다 보면 일부 ADHD 치료제를 복용하고 틱증상이나 불안증이 악화됐거나 새로 생겼다는 호소를 듣게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동반 증상이 악화됐을 경우에도 전문의 진료를 받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비정신자극제인 염산아토목세틴 제제를 복용하면 이런 동반증상이 악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ADHD는 부모님과 주변인의 따뜻한 관심과 도움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질환이 의심되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ADHD와 동반질환을 빠르게 극복하고, 아이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길이다.

김봉수 학습클리닉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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