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과 달리 경주 문화예술의 거리 행사.공연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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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12일 가족들과 함께 경주 '문화예술의 거리' 를 찾았던 이광수 (36.회사원.대구시남구대명동) 씨는 배반감같은 감정을 느끼며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경주시가 올 3월 이 거리를 지정하면서 "매주 토요일 오후1시부터 해질 때까지 각종 문화예술 공연과 다양한 이벤트 행사를 갖겠다" 고 한 발표만 믿고 갔다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주시가 '문화예술의 거리' 로 지정한 곳은 경주시교동 첨성로와 계림로 일대 1㎞ (너비 15) . 〈약도 참조〉 경주시는 처음 이곳에서 경주의 향토극단인 '두두리극단' 의 공연을 비롯, 거리화가의 인물화 연필스케치.풍물과 탈춤공연.거리연극 등을 펼쳐 관광객들과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명물거리로 만들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李씨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공연이나 행사는 커녕 거리의 화가 두세 사람이 앉아 오가는 행인들을 맞고 있을 뿐 '왜 공연이 없는 지' 에 대한 설명을 적은 안내문도 없었다.

경주는 이날 마침 장마비가 그쳐 모처럼 화창한 날씨였다.

'문화예술의 거리' 로 지정된 뒤 이곳에서는 3월29일 첫공연을 시작으로 5월까지는 공연이 더러 열리기도 했으나 6월부터는 아예 뚝 끊겼다.

게다가 공연이 있은 2개월여 동안에도 관광객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일반시민들만 토요일에 하루동안 5백여명정도 다녀 가는 데 그쳤다.

그러자 처음 20여명에 이르렀던 거리의 화가들도 하나 둘 떠나기 시작,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시가지 중심지역인 시청 뒷편으로 대부분 자리를 옮겼다.

공연단체들도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참가했다 관광객들이 거의 없는데다 시민들로부터도 외면당하자 모두 떠난 상태. 그늘하나 없는 땡볕에서 공연을 관람해야 하는 삭막한 거리인데다 시내 중심가와 너무 떨어져 평소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고 관광코스에도 빠져 있어 일반관광객들이 알 수 없는 점들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주 = 김선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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