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벗어난 경제 U字型 회복세 구조는 여전히 취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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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기가 과연 좋아지고 있는 것일까. 숫자만을 놓고 보면 경기회복이 손에 잡힐 것만 같다.

수출실적은 달마다 좋아지고 있고, 연구기관들의 경제전망 역시 갈수록 장밋빛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숫자가 다소 좋아졌다해서 불황의 터널이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 무엇보다 최근의 경기회복이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이나 경쟁력 회복보다는 환율.일부 제품의 국제시세 회복등 외부요인에 힘입은 결과로 보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을 둘러싼 논란과 대책등을 정리한다.

경기문제를 둘러싼 가장 큰 관심사는 일반인이 어떻게 실감하느냐다.

지난주 주요 관변.민간연구기관들이 지난 봄보다 훨씬 낙관적으로 수정한 하반기 경제전망을 잇따라 내놓았다.

수정된 전망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경기회복은 이미 시작됐거나 곧 시작된다는 것이다.

올해 말, 심하게는 내년초를 경기회복 시점으로 고집하는 일부 전망기관도 있긴 하다.

그러나 1분기에 바닥을 쳤던 경제성장률이 앞으로 계속 올라갈 것이고, 수출.산업활동.고용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마당에 경기저점을 3분기 이후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전망으로 보인다.

물론 6%대의 경제성장률이 한국인에게는 흡족한 수준이 아니고 따라서 '체감경기의 회복' 은 한참 뒤에나 느끼겠지만 경기의 바닥탈출과 향후 경기회복을 부인하기 힘들다.

지난해 가을에는 늦어도 올해 2분기에는 경기회복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그러나 연초의 파업과 한보.삼미등 대형 부도사태가 경기저점을 수개월 뒤로 물려놓았던 셈이다.

경기가 이미 바닥을 쳤거나 곧 저점을 지난다면 경기회복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도 관심거리다.

대부분의 경제전망들은 "경기후퇴가 멈추었으나 회복세가 강하지는 않을 것" 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가 바닥을 치자마자 곧바로 수직상승하는 '브이 (V) 자형' 보다 한동안 바닥이 계속되다가 완만하게 오름세를 타는 '엘 (L) 자형' 에 가까운 양상이라는 것. 최근의 경기회복이 국제가격.환율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고,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완만한 회복을 전망하는 또다른 이유는 행여나 경기회복 메시지가 잘못 전해지면 경제안정과 구조조정 노력이 중단될까 걱정해서다.

경기회복에 위기의식이 흐트러지다 보면 '고통분담' '허리띠 졸라매기' '거품 걷어내기' 니 하는 노력들이 다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더이상 경기회복 여부를 논할 때가 아니다.

여러 요인을 종합해볼 때 이번 경기회복은 'V' 와 'L' 의 중간인 'U' 자형이 될 공산이 크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책선택이다.

돈을 풀어 경기회복을 부추길 것이냐, 인기없고 고통스럽지만 고비용.저효율의 '한국병' 을 치료하기 위해 안정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것이냐는 선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하반기를 휩쓸 선거바람 속에서 인기없는 정책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경쟁촉진, 한계기업 정리.금융구조개선등 구조조정작업을 계속하는 한편 안정위주의 거시정책기조를 견지하는 것이 바른 선택으로 보인다.

<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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