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사진가는 황철" 미술평론가 윤범모교수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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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한국 사진의 선구자는 누구인가.

한국 최초의 사진가는 한때 해강 (海岡) 김규진 (金圭鎭) 으로 잘못 알려져왔다.

이당 (以堂) 김은호 (金殷鎬) 의 회고에 따라 1903년 천연당 사진관을 세운 그를 별다른 검증없이 최초의 사진가라고 인정해버린 것이다.

그후 학계에서는 일본에서 사진을 배운후 1884년 사진관을 개설한 지운영 (池運永) 으로 바로 잡았다.

하지만 경원대 윤범모 교수는 '가나아트' 7.8월호에 발표한 '황철, 1880년대 한국 사진의 선구자' 라는 글에서 최초의 사진가는 지운영이 아닌 어문 (魚門) 황철 (黃철.1964~1930) 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윤교수는 황철의 아들 황치문이 지난 1954년 쓴 '어문공전기 (魚門公傳記)' 를 바탕으로 황철의 연보를 추적해 한국사진 도입기의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이 글에 따르면 양반 계급인 황철은 1882년 중국 상해에 건너가 사진술을 배우고 독일제 사진기까지 구입했다.

그리고 서울에 돌아와 1883년 사진소를 개설했다.

지운영의 사진관보다 1년 앞선 것이다.

이 사진관은 갑신정변으로 문을 닫지만 1886년 다시 본격적인 사진관을 열었다.

황철은 당시 일반 대중을 상대로 초상 사진을 비롯해 궁궐 내부의 모습과 성문, 탑등 서울의 당시 풍경을 많이 찍었다.

이는 유족이 보관하고 있는 80여장의 사진을 통해 알수있다.

구한말의 기록사진이 드문 현실에서 1백여년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이 80장이 넘는다는 것은 비단 사진사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료적인 가치도 뛰어난 셈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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