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박태원.채만식등 옛소설가들 작품 조명 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염상섭.채만식.박태원. 모두 1920년대에 문단에 나와 우리 현대소설의 초석을 놓은 작가들이다.

이들 작품중 망실된 부분이 복원돼 다시 발표되는가 하면 작품의 어휘 사전도 출간되며 올 여름 문단은 '선배작가' 들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올해는 염상섭 (廉想涉.1897 - 1963) 탄생 1백주년. 그의 생월 8월을 맞아 곧 나올 '현대문학' 8월호는 미공개 작품인 '악몽 (惡夢)' 을 싣는다.

이 작품은 김종균교수 (한국외대 한국어교육과)가 1926년에 창간된 잡지 '시종 (時鐘)' 에 실린 것을 해설과 함께 처음으로 공개한 것. 염상섭은 이 작품을 '시종' 1, 2, 3호에 연재하다 잡지의 폐간과 함께 중단했다.

미완의 이 작품을 염상섭 손수 잡지 위에 고치고 교열을 보아놓은 것을 이번에 공개한 것. '악몽' 은 그의 대표작 '표본실의 청개구리' 와 함께 염상섭의 오산학교 교사시절의 이야기이다.

작가 자신인듯한 서울에서 온 24세의 총각선생과 21세의 나이가 꽉 찬 여학생과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주인공인 총각선생 '나' 의 심리고백. 여학생의 사랑에 선생으로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솔직한 심정과 그 심정의 고백이 이 작품을 이끌고 간다.

염상섭은 일생동안 일기를 쓴 적이 없다.

따라서 그의 삶의 진실은 작품을 통해 재구 (再構) 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청년 염상섭의 자화상이기도 한 총각선생의 진솔한 고백이 들어 있는 이 작품이 중요한 의미를 띤다는게 金교수의 지적이다.

박태원 (朴泰遠.1909 - ? ) 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 등을 통해 1930년대 식민치하의 암울한 사회와 지식인의 모습을 빼어나게 담아낸 작가로 6.25때 월북, 그곳서 장편 '갑오농민전쟁' 을 펴냈다.

깊은샘 출판사는 최근 박태원의 장편 '금은탑' 을 복원해 2권으로 펴냈다.

1938년 4월7일부터 1939년 2월14일까지 조선일보에 '우맹 (愚氓)' 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됐던 이 작품은 1948년 '금은탑' 이라는 제목으로 한성도서에서 출판된바 있다.

그러나 그 때의 책은 연재의 반 가까이를 부분부분 빠뜨려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번에 전부를 복원한 '금은탑' 은 백백교라는 동학에서 파생된 사이비종교와 광신도를 통해 어두운 사회적 측면을 부각시키면서 삼각연애의 갈등도 다루며 박태원 소설의 완숙한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현대소설에 풍자문학의 전통을 세운 채만식 (蔡萬植.1902 - 1950) 의 소설 속 어휘들을 모은 '채만식 어휘사전' 이 최근 토담출판사에서 나왔다.

국문학자 임무출씨가 채만식의 단편소설 37편과 대표적 장편소설 '탁류' '태평천하' 를 자료로 하여 표제어 9, 482개와 예문12, 858개를 뽑아 싣고 있다.

예로 이 사전에서 '골타다' 를 찾으면 '고랑을 거쳐지나가다' 고 풀이하고 있다.

또 '골' 은 고랑의 준말로, 두 땅의 사이를 좁고 길게 들어간 곳이라는 사전적 풀이도 담고 있다.

그리고 '탁류' 에 나오는 '예서부터 옳게 금강이다.

향은 서서남으로 빗밋이 충청.전라 양도 접경을 골타고 흐른다' 는 부분을 예문으로 제시해 놓고 있다.

해서 사전적인 뜻풀이와 함께 말의 실제 용례를 통해 정서적 자질까지 느끼게 만든 사전이다.

당대 최고의 어휘와 풍자를 구사한 채만식의 작품을 올바르게 읽고 감상하면서 정보 전달을 위한 뜻.개념만 남아 날로 삭막해져가는 우리의 언어생활에 정서를 불어넣자는 의도에서다.

이와같이 현대소설 초창기 작가들의 작품과 작품세계가 연구.복원되며 올 여름 독서계와 문학을 살찌우고 있다. <이경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