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프로야구 장타선수들 無번트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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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13일 LG전 4회에 마해영 (롯데) 은 올시즌 첫번째 희생번트를 기록하며 거포로서의 자존심을 구길 뻔했다.

그러나 다행히 (? ) 2개의 파울 끝에 삼진으로 물러나 올시즌 이어온 무 (無) 번트행진을 계속했다.

번트와 거포의 이미지는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거포라도 번트가 많다면 그는 감독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거포다.

믿음이 가는 타자에게라면 아웃카운트 한개를 버리는 번트보다 차라리 한방을 기대하는 편이 확률이 높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거포들은 번트가 미숙한 것도 사실이다.

올시즌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단한번의 번트도 없는 타자들은 양준혁 (삼성).심재학 (LG).이종범.홍현우 (이상 해태) 등 모두 7명. 모두가 내로라하는 강타자들이다.

이들 가운데 93년 데뷔한 양준혁은 올해까지 단한개 (94년) , 장종훈 (한화) 은 92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단한개 (94년) 의 희생번트만 기록해 거포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또 김경기는 93년 이후, 이종범은 94년 이후 번트가 없다.

그러나 이들도 김기태 (쌍방울)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91년 데뷔, 프로 7년째를 맞는 김은 아직 단한개의 번트도 없다.

타석으로 따지자면 14일 현재까지 무려 2천9백91타석동안 무번트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인하대 4학년때 번트를 댄 것이 광주일고 2학년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유일한 번트다.

그나마 선행주자가 아웃돼 희생번트로 기록되지 못했다고 한다.

프로에서도 한두차례 사인은 있었지만 볼 카운트가 바뀌며 강공사인으로 바뀌기도 했다.

김이 국내 프로야구 사상 가장 긴 무번트 행진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팀사정 때문이기도 하다.

우선 91, 92년 감독이던 김인식씨는 번트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었고 당시 '외로운 거포' 란 별명처럼 김 아니고는 믿을만한 타자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김이 과연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번트없이 은퇴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프로야구 초창기를 빛낸 많은 거포들도 모두 번트 경험은 있었다.

82년과 86년 홈런왕인 김봉연은 88년 은퇴까지 16개, 김성한 (이상 해태) 은 29개, 이만수 (삼성) 는 4개, 김우열 (전OB) 은 2개의 번트를 기록하고 은퇴했다.

한편 올시즌 최다 희생번트는 '손으로 굴리는 것보다 정확히 번트를 댄다' 는 조원우 (쌍방울) 의 17개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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