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개혁 수정안 의미와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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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대통령재가를 받은 중앙은행제도및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수정해 발표한 것은 경제계원로를 비롯한 사회 각계층의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평가할만 하다.일각에서는 정부의 수정조치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있지만 반대를 무릅쓰고 억지를 부리는 것보다는 용기있는 자세라고 본다.

이번 수정안의 특징을 보면 우선 중앙은행제도에 대해 한국은행을 한국중앙은행으로 이름을 바꾸고 그것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와 집행기구를 포괄토록 한 것이다.'포괄'이라는 표현이 그동안 한국은행이 요구해온 금통위의 한은내부 기구화와는 차이가 있지만 실제 운용상으로는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또 하나 관심을 끄는 부분은 중앙은행의 기능에 지급결제제도의 운영및 관리업무를 추가한 것이다.그동안 이 문제는 한은의 기능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놓고 정부안에 대해 비판이 집중되었던 대목이다.또한 재경원장관의 금통위 의안제안권도 없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약화시키고 물가책임제도 선언적 규정으로 바꾸는 등 한은의 입장을 상당히 수용했다.

정부의 수정안은 이제 국회심의를 남겨놓고 있는데,신한국당이 감독체계의 통합은 여전히 재론의 대상이 된다고 여운을 남기는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통과가능성은 높아진 셈이다.대선이 있는 해에는 국회가 법안중 비토그룹이 목청을 높이는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심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이 경우 비토그룹은 한국은행과 은행감독원등 세개의 기존 감독원을 들 수 있다.정부의 수정안이 아직도 감독기능의 통합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감독기구에서는 강력히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그러나 한은은 이 정도면 참을 수 있다는 기색이다.따라서 여야가 국회에서 심의하기가 훨씬 여유롭게 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다만 아직 야당이 차기정권으로 넘겨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정치적 타결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중앙은행및 감독체계개편에 관한 정부수정안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이번 조치로 한몫에 좌초될뻔한 금융시장 경쟁촉진과 자유화시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그러나 여전히 은행의 경영주체의 확립이라는 핵심과제가 이번 개혁과정에서도 유예되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은행신설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98년의 대외개방에 앞서 민간의 은행경영이 뿌리를 내리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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