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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이 밝힌 북한실상 - 북한 전쟁 시나리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황장엽씨는 안기부 조사에서“북한 핵심층은 자신들의 재래식 전력이 세계 4위로 미군만 없으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장기전은 경제력과 남한의 우방지원으로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단기전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정일(金正日)이 김일성(金日成) 사망 2년전에 최고사령부 작전조와 함께 남침 시나리오를 작성해 군 수뇌부가 이를 곧바로 행동으로 옮길 것을 주장했으나 김일성이 인민생활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유보했다는 사실도 안기부 조사에서 밝혀졌다.

▶전쟁전략=북한은 전쟁을 6개월 이상 끌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전쟁물자를 6개월분만 비축하고 있다.

북한의 전쟁 시나리오는 10만여명의 특수부대원을 투입해 남한의 미사일기지.비행장등 주요시설을 단시간내 타격.파괴한뒤 전역을 장악하는'전격전'이다.

북한의 특수전부대들은 부대별로 남한내 미사일기지.공항등 주요전략시설에 대한 타격목표를 정해 놓고 있으며 발발 즉시 항공육전대 (공수부대)와 쾌속정 부대로 남한을 타격하도록 돼있다.

이를 위해 북한지역의 특수부대원을 남한군복을 입혀 위장,남측의 도발을 주장한뒤 5~6분동안 미사일.방사포로 서울을 초토화하고 부산까지 진격한후 협상을 추진한다는 전법이다.또 미국의 본격개입을 막기 위해 도쿄(東京)등 일본의 도시를 화학무기가 장착된 미사일로 공격한다고 위협하고 미 항공모함을'인간어뢰'와 같은 자살특공대로 폭파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동맹조약을 맺은 중국과 러시아가 전시 북한을 지원해주지 않으리라는 예상속에서 나온 것임에도 김정일을 비롯한 수뇌부는 북한이 1백% 승리할 것으로 믿고 있으며 일반 주민들도 남한을 허재비(허수아비)로 여기고 있다.

실제로 김정일은 92년 창군 60주년 군사퍼레이드에서 남한을 세번 '잿가루'로 만들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러한 기동전략을 언제든지 수행할 수 있도록 전시형 국가관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전쟁이 발발할 경우 평시체제를 그대로 전시에 적용할 수 있는 체제다.전투헬기.미사일.방사포등 무기들도 1백% 자체생산하고 있다.

▶김정일의 군부장악=김정일이 91년 12월 최고사령관으로 취임한 이후 군 중심의 체제유지방식을 노골화해“조국통일의 주력은 군대로,믿을 것은 군대뿐이니 모든 힘을 다해 군대를 지원하라”고말하며 전쟁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 왔다.

또 최고사령관에 이어 국방위원장(93년 4월) 취임 이후 대규모 장성진급과 지휘.정치.보위부의 3선감시체계를 완성해 군부를 장악했다.

김정일은 기존 4단계의 전쟁지휘계통도 김정일-총참모부 작전국장으로 직접 연결되는 체제로 단순화시켜 김정일의 독단적 명령에 의해 즉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여기에 최근의 식량난도 북한주민들이 차라리 전쟁이 낫겠다고 생각하도록 내몰고 있다.

▶준비상황=북의 모든 전쟁시설은 지하시설화 돼있으며 여기에 사용되는 전력은 절대로 다른 곳에 전용될 수 없다.

이미 지난 63년 김일성을 수행해 평강지구 5군단 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갱도 안에서 모든 생활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포의 이동까지도 가능한 상황이었다.완전 지하 요새화돼 있다.

김정일은 각 공장.기업소에서 생산한 물자를 민수(民需)로 돌리지 못해도 군수부문에 계획대로 최우선 공급하게 하고 이를 어길 때는 군사재판에 회부하도록 하고 있다.

▶도발시기=북한 권력층은 남한의 내부파괴전략과 동맹국들의 지원이 흔들리는 시기를 전쟁의 최적기로 보고 있다.

남한정세에 혼란이 조성되거나 미국등 동맹국들이 다른 전선에 역량을 분산시켜 조선전쟁에 지원하지 못할 때가 도발시기가 된다.현재 대선을 앞둔 남한을 북한이 노릴 가능성이 있다.

▶핵무기등 무기개발=내가 직접 핵무기를 본 적은 없지만 북한에서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상식화돼 있다.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특별사찰이 문제가 돼 다음해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자 모든 당비서들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믿게 됐다.

84~85년 당시 黃씨는 평양주재 소련대사가 북한의 핵개발 추진이 사실인지를 물으며 NPT가입을 종용한 것을 김일성부자에게 보고하자'묵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북한 군간부.권력핵심층은 자신들이 세계적 수준의 화학무기부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최근에는 폭발시 부근의 산소가 없어져 살상시키는 기화폭탄이 개발됐다는 소문도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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