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前북한노동당비서 회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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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0일 오전 서울도착 80일만에 공개 기자회견을 가진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비서는 간간이“이는 철칙으로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며 북한의 전쟁도발 위험성을 경고했다.

…2시간 가깝게 진행된 회견에서 黃씨는 활기있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시종 흐트러짐없는 태도로 질문에 답했다.

黃씨와 측근 김덕홍(金德弘)씨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

黃씨는 회견머리에“10년전부터 만성 후두염이 있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양해를 구했으나 말씨는 또렷했다.질문내용을 일일이 메모하며 답변한 黃씨는 여러차례 기자들의 질문을 알아듣지 못해 질문한 기자에게“이런 뜻이냐”고 확인하거나 옆자리 金씨에게“무슨 말이냐”고 묻기도 했다.

그는 한 여기자에게“서울와서 TV를 많이 보고 말씨를 배우려고 노력하지만 여자들의 말은 알아듣기 더 힘들다”며 재질문을 요구. 黃씨는 중간중간 조크성 답변을 던지는등 강단에 오래 선 사람답게 노련함을 과시.남한땅이 이상적이냐는 질문에“마음에 안들면 김정일(金正日)에게 다시 가란 말이냐”고 역정,웃음을 불렀고'귀순이냐 망명이냐'고 묻자“귀순이라고 생각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黃씨는 핵보유 여부와 전쟁도발의 구체적 증거를 묻는 질문에 “최고 사령관이 아니어서”또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고 전제하면서도 여러 정황을 들어가며 설명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식량난 실상을 묻자“내가 식량이나 얻으러 온 것처럼 여기니 그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않다”고 구체적 답변을 피한 대신 金씨가“평양시를 제외한 전국이 마비상태”라며 거들었다.

黃씨와 金씨는 서로를“형님”“동생”이라 불렀고 일부 대목에선 黃씨가 金씨에게 답변을 미뤘다.黃씨의 차분함과는 달리 金씨는 목청을 높여가며“우리는 평양에서 힘도 있었다”는등 망명의 순수동기를 설명하는데 힘을 줬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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