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내전 배경의 영화 '데쓰 인 그라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최근 비디오로 나온'데쓰 인 그라나다'(스타맥스). 30년대 스페인 내전하 안달루시아의 그라나다를 무대로 반파시즘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죽음을 둘러싼 추리물이다.

어린 시절 로르카부터 감동을 받은 한 청년이 오랜 뒤에 그 죽음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렸다.

추적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증언을 하여 의혹은 더욱 증폭된다.그러나 엇갈리는 증언속에서도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파시즘의 포악성을 고발한다.

하나의 진실만이 존재하지만 각기 다른 여러 증언이 나오면서 '진실을 향한 추구'와'진실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 길항하는 이러한 구성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고전'라쇼몽(羅生門)'에서 비롯되어 최근엔 덴젤 워싱턴 주연의'커리지 언더 파이어',존 세일즈 감독의'론 스타'등에서도 원용되었다.

영화는 이같은 이야기 구조를 흥미롭게 엮어가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오가는 플래시백 기법을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스페인 내전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많은 등장인물들의 증언들을 2시간안에 소화하기 위해 편집이 대단히 빡빡하다.때문에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자칫 줄거리를 놓치기 십상이다.

프랑코의 파시즘이 한창이었던 65년 로르카의 책들을 조사하러 스페인에 갔던 아일랜드 학자 랜 깁스가 쓴 실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코카콜라,질레트 등 자본주의의 첨병인 CF 감독으로 명성을 날린 마르코스 쥬리나가 감독이 반파시즘의 이념을 강조하는 교훈적인 작품을 연출해 조금 아이러니하다.내전을 피해 푸에르토리코로 이주한 스페인 사람들과 푸에르토리코 정부가 작품 제작을 적극 지원했다.

에사이 모랄레스가 시인의 죽음을 추적하는 청년으로 출연하고 아름다운 시인의 모습을 앤디 가르시아가 재현했다. 채규진 기자

<사진설명>

反파시즘 저항시인 로르카역을 맡은 앤디 가르시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