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영화 숨은 손 채널4 실험 프로편성 문화 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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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트레인스포팅'을 만든 대니 보일 감독은 지난해 칸영화제 기자회견장에서“마약을 미화한 것이 아니냐”는 공격을 받자 “이 영화는 채널4에서 만든 것입니다”는 한 마디로 방어에 성공했다.

영국의 국영 공중파방송인 채널4는 80년대 이후 영국영화의 새로운 부상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없는 공헌자이다. 82년 방송을 시작한 채널4는 방송법에 의해 교육적인 측면과 실험성.예술성 높은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채널이다. 특히 영화와 관련해서는 영국내 재능있는 감독들에게 아낌없이 제작비를 지원해 준다. 채널4의 제작비 지원을 받아 독특한 작품세계를 일구어낸 대표적인 감독들이 스티븐 프리어즈.피터 그리너웨이,요절한 전위파 데릭 저먼과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마이크 리,지금은 할리우드로 건너가 활동하고 있는 닐 조던 등이다.

60년대에 프리시네마운동이라는 강한 사회적 다큐멘터리전통을 지녔던 영국영화는 70년대 들어 재능있는 감독들이 할리우드로 떠나면서 정체성을 잃어갔지만 채널4의 지원에 힘입어 영국적인 전통의 명맥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셈이다.

채널4는 TV판권을 사는 형식으로 외국영화에 사전제작비를 지원하기도 하는데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희생',제임스 아이보리의'전망좋은 방',루이 말의'데미지',닐 조던의'크라잉 게임',박광수감독의'그 섬에 가고 싶다'등이 제작비의 일부를 지원받았다.'브래스드 오프''비밀과 거짓말''쉘로우 그레이브'등도 모두 채널4가 제작했다.채널4는 96~99년 4년동안 극영화제작을 위한 예산으로 1억파운드(약 1천3백억원)을 책정,80편을 제작할 예정이며 시나리오지원 등에도 7백만파운드의 예산을 따로 확보했다.

테렌스 토니 영국문화원장은“영국영화는 할리우드와 달리 거대한 산업이 존재하지 않고 매우 다양하고 독립적인 영화사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80년대에는 TV의 지원으로 예술영화에 영향받은 많은 작가들이 등장,인종문제라든지,성의 문제,혹은 노동자문제등 소외된 계층에 눈을 돌렸다”고 설명한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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