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브리핑>출판계, 대선정국속 탈출구 '깜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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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앞이 안보인다.”

요즘 도서출판 들녘 장익순기획실장의 잦은 하소연이다.“출판계'대목'인 여름시장도 신통치 않고,연말까지도 별다른 호재(好材)가 띄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올 하반기도 3~4년간 계속된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같다.

오는 12월 대선(大選)으로 독자들 눈과 귀가 정치쪽에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10월말 시작될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도 차분한 독서 분위기의 걸림돌로 거론된다.

출판관계자들은 우선 하반기에는 대형 베스트셀러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견한다.'아버지'(문이당刊)'람세스'(문학동네)'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이레)등 상반기를 장식했던 히트작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아버지'돌풍을 일으켰던 경제적 불황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고,'람세스'를 끌어올렸던 정치혼란도 대선구도로 틀이 잡힐 것이라는 예측. 다만'마음을…'처럼 내면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책들은 대선정국 속에서 꾸준한 인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가 호전 기미를 보이면서 상반기에 줄을 이었던 재테크서 열풍이 가라앉고,대신 기업혁신.조직개선등 본격 경영서들이 제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베스트셀러의 틈새를 파고드는 전문 교양서들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날로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사회변화에 따라 독자들의 정보욕구도 특화될 수밖에 없는 까닭. 출판기획자들도 수십만부가 나가는 히트작보다 2만~3만부가 팔리면서도 해당 독자들을 만족시키는 화제작에 승부를 걸고 있다.

창작과비평사 한기호이사는“우리사회는 전문가 집단이 움직이는 시대로 진입했다”며“신간도 불특정한 다수 대신 소수의 고급독자를 겨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출판에도'다품종 소량생산'개념이 필요하다는 지적. 장르별로는 역사.심리.인류학등 어수선한 사회에서 독자들의 정체성을 확인케 하는 인문과학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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