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투데이가 선정하는 올해 최고의 수퍼보울 TV광고에 뽑힌 도리토스 스낵 광고. 제작비가 2000달러도 들지 않은 초저예산 광고다. [출처=도리토스 홈페이지]
‘공짜 도리토스’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30초짜리 코미디물. 주인공이 유리공 장난감을 직장 동료에게 꺼내 보인 뒤 “이게 소원을 들어주는 수정구슬”이라고 말한다. 그러곤 “공짜로 도리토스를 먹고 싶다”고 주문을 외운 후 갑자기 유리공을 자판기 유리창에 던져 부수곤 스낵을 꺼내 먹는다는 내용이다. 좀 유치하기는 하지만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미국 기업들은 해마다 수퍼보울에 맞춰 기발한 TV 광고물을 제작해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 왔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은 경기 못지않게 그해에 어떤 광고가 나올지 각별한 관심을 쏟는다. 그래서 그동안 미 대기업들은 거액을 주고 유명 회사를 통해 광고를 제작해 왔다.
그러나 올해 출품된 52개 작품 중 1위를 차지한 광고는 인디애나주에 사는 데이비드와 조 허버트라는 실업자 형제가 동네 YMCA회관에서 찍은 것이다. 아마추어가 만든 이 저예산 광고가 세계 최고의 이벤트에 등장하게 된 건 스낵 제조업체인 프리토-레이사의 과감한 전략 덕분이다.
이 회사는 올해 처음으로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수퍼보울 광고를 공모했다. 여기에 허버트 형제가 낸 작품이 1위를 차지, 2억600만 달러 규모의 수퍼보울 광고전쟁에 출전해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2, 3위는 말과 개를 등장시킨 두 편의 버드와이저 맥주 광고가 차지했다. 반면 경기 악화로 보호주의 정서가 강해진 탓인지 한국과 일본 자동차 광고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조사 대상 중 도요타는 48위, 두 편의 현대차 광고는 47위와 49위에 그쳤다.
그동안 빠지지 않고 수퍼보울 광고를 내왔던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빅3 자동차사들은 유례없는 적자로 올해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수퍼보울 중계는 미국에서만 9540만 명이 봐 역대 2위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1위는 지난해 수퍼보울 경기로 9740만 명이 시청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