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상임위 공전시키는 민주당, 일은 언제 할 텐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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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형식상 임시국회가 열려 있지만 사실상 국회의원들이 놀고 있다. 최근 사흘간 국회의원들은 오전에 잠시 정당 대표연설만 듣고 의사당을 떠나 뿔뿔이 흩어졌다. 정작 일을 하는 상임위원회가 전혀 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임위가 열리지 않는 것은 민주당의 강경노선 탓이다. 민주당은 19일까지 상임위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합의해준 의사일정에 따르면 18일까지 정당 대표연설 외에 인사청문회와 대정부 질문이 열리게 돼 있다. 그런데 대표연설은 사흘에 걸쳐 오전에만 열렸다. 인사청문회는 대상자가 5명에 불과해 일부 해당 상임위에서 각각 하루씩만 열면 끝난다. 나머지 시간은 모두 휴회, 사실상 노는 국회다.

지난 연말 국회 폭력사태를 일으킨 의원들을 징계하기 위한 윤리특위마저 민주당의 거부로 공전하고 있다. 특위는 지난달 13일 처음으로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거부하는 바람에 회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제 다시 열린 윤리특위 역시 민주당이 불참하는 바람에 10분만에 끝났다.

지난 연말연시 국회에서 민주당은 의사당을 점거, 농성하면서 정부·여당을 향해 ‘법안 심사할 시간도 안 주고 밀어붙인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쟁점법안 등을 2월 국회로 미루는 합의를 하고서야 농성을 풀었다. 그런 민주당이 정작 2월 국회가 열리고 법안을 심사할 시간이 생겼는데도 상임위를 열지 않고 놀고 있는 것이다. ‘총체적 위기 국면’이라며 ‘일자리 창출’에 진력하겠다는 목소리만 높이지 실제로 필요한 법안처리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추진했던 규제개혁 과제 관련 법률 159개 가운데 60%가 아직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굵직한 규제개혁은 전부 국회에 막혀 풀리지 않고 있는 셈이다.

지난번 의사당 점거 농성이나 이번의 상임위 거부나 마찬가지다. 도대체 민주당은 언제까지 국회를 공전시킬 것인가. 어제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주최 강연회에 참석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늘 반대만 하면 국민은 피곤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피곤이 쌓이면 분통으로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