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달러 '통행세' 내고 한국인 5명 구사일생 - 김세준 기자 프놈펜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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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캄보디아는 부패의 천국이다.돈으로 안되는 일이 없고 돈이 없으면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

훈 센파와 라나리드파가 전투를 시작한 지난 5일 이후 시엠 립에 고립돼 있다 배편으로 탈출한 기자 3명을 포함한 5명의 한국인도 50달러의 통행세를 내고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이들은 지난 8일 뱃길을 이용해 시엠 립을 탈출했으나 배 엔진이 고장나 중간에 택시로 갈아타고 프놈펜까지 왔다.

“이곳 생활 2년여동안 이번처럼 오싹한 순간은 처음 겪었습니다.군인이 지키는 검문소마다 통행세를 냈지요.그런데 돈을 줘도 더 내놓으라고 총을 들이밀 때는 정말 죽는줄 알았습니다.”현지 여행사대표인 한원민(29)씨가 전하는 급박한 탈출담이다.

프놈펜에서 전투가 벌어진 직후 탈출한 베트남 출신 기술자와 술집 아가씨들은 프놈펜에서 자동차로 3시간30분 거리에 있는 목바이까지 수많은 검문소를 거치면서 1인당 3백달러씩의 통행세를 물었다고 했다.대부분은 길목을 지키는 군인들에게 빼앗긴 것이다.

프놈펜에서의 한달 최저생계비는 약 1백달러 정도이나 군인.경찰의 임금은 20달러밖에 안된다.그때문에 이들은 길목을 지키면서 행인들에게서 통행세를 뜯거나 약탈하기가 일쑤다.주로 육로를 통해 인접국인 태국이나 베트남으로 가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이곳에 지역전문가로 1년간 파견된 한국통신의 김영준(39)씨는 “오토바이는 이들의 주요 교통수단입니다.밤늦게 좋은 오토바이를 타고다니면 뒤를 쫓아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인 후 오토바이를 빼앗아 갑니다”고 했다.이곳에선 1백~2백달러면 누구나 손쉽게 권총을 구할 수 있다.

지난 9일 캄보디아를 탈출한 교민 호모씨는 전투가 벌어진 며칠새 오토바이 2백80대 1억3천만원어치를 약탈당했다고 한국대표부에 신고해 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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