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의지만 있으면 안 되는 것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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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김영숙 교장은 오전 7시 출근하자마자 격려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 교장은 “학생들에게 좋은 학습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이런 실험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교육 없는 학교’를 통해 공교육 살리기에 나선 김영숙 덕성여중 교장中이 3일 방학 기간에도 특별 수업 중인 3학년 1반 교실을 찾아가 격려한 뒤 학생들과 복도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다. 김 교장은 이 학생들에게 국어교과를 직접 가르치기도 한다. [조문규 기자]


-전국적으로 유명 인사가 됐다.

“중앙일보 1면 보도에 놀랐다. 아침 일찍 신문을 보고 70세 노인이 교장실로 찾아왔다. 경기도 군포교육봉사회장인데 강연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돈 없으면 학부모 노릇하기 힘든 세상인데 선생님이 희망을 줬다는 격려 전화도 있었다.”

-매일 오전 7시 출근, 오후 11시 퇴근이 맞나.

“7년 전부터 그랬다. ‘가족도 없느냐’는 의심도 받았다. 공직생활을 했던 남편과 대학원과 대학에 다니는 교수지망생 두 딸을 두고 있다. 가사 도우미와 친정과 시어머니 도움으로 집안일을 해결했다.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해 지난해 2월 퇴직도 생각했었다. 근데 일주일 후 교장 발령을 받았다.”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에 나선 계기는.

“아버지가 교사였다. 그분은 ‘학생은 교사를 지탱해주는 밥줄이고 생명이니 학생을 위해 살라’고 하셨다. 30년 전 평택에서 처음 교단에 섰을 때의 초심을 간직하고 있다.”

-공립학교에도 이 모델을 확산할 수 있을까.

“교사 의지만 있으면 문제가 없다. 교육은 성과가 느리지만 가능하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학부모 설득이다. 요즘 엄마들은 자기 아이만 최고로 대접해 달라고 한다. 즐겁게 공부하며 공동체 정신을 배울 수 있고 진짜 사람이 될 수 있는 곳은 학교밖에 없다고 설득했다. 너무 힘들어 교실 문고리를 잡고 엉엉 울기도 했다.”

이원진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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