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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고유업종 잇단 해제 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지난1월1일 중소기업 고유업종에서 해제된

47개 업종 가운데 보일러등 일부

업종에 대기업이 진출해 치열한 판매전을 벌이는등 고유업종 해제 6개월사이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 참여와 업종 자체의 한계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부 업종의 중소기업들은 시장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한다.특히 판지상자.가정용 기름보일러.이불등의 업종은 대기업과 힘겨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규모가 적거나 노동집약적 업종이어서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는 업종은 고유업종 해제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 상태.

◇고유업종 해제 파장=제품 포장용 부자재인 판지상자 업계는 올해초 모그룹 계열사가 설비확장에 나서는등 대기업들이 설비를 신설,확장하며 자체 소비용 물량 생산을 늘리는 바람에 줄어든 시장을 놓고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지함조합의 강종찬(康宗燦.58)전무는 “소비처가 줄어 최근 회원사 가동률이 지난해 75%에서 68%로 떨어졌고 그나마 중소기업간의 과당경쟁으로 값이 정상가격의 70%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일부 판지업체들은 전자파나 정전기 방지를 위한 상자 개발등 제품 차별화로 경쟁을 극복하려 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

가정용 기름보일러 업계는 가스보일러

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해온 린나이코리아가

지난달 신기술을 적용한 '적층형 기름보일러'출시를 계기로 시장에 뛰어들자 잔뜩 긴장하고 있다.

보일러조합의 민강범(閔康範.60)전무는“린나이의 시장진입은 고유업종 해제 이후 대기업의 첫 진출”이라며“마케팅

능력에서 중소기업보다 앞서 기존 업체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간 시장규모가 1조1천억원으로 추정되는 이불.요 업계는 고유업종 해제 이후 갑을이 중소업체를 인수하는 형태로 시장에 들어오는등 대기업의 시장잠식이 상당부분 진행됐다.

또 인쇄.정미기.용접기.미강유.핸드백.철망등의 업계도 대기업의 직.간접적인 참여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남아있는 고유업종=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79년 23개 업종이 처음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됐으며 89년8월에는 2백37개업종으로 늘었다.94년9월 58개업종이 고유업종에서 해제되는등 3차례에 걸쳐 대부분 업종이 해제됐다.

현재 남은 업종은 두부.안경테.국수.노트.벽시계.우산.옥수수 기름.타올.고무장갑.상업용 저울.쇠못.양말.장갑.면이발솜.어육연제품.거울판.재생 타이어등 모두 88종.고유업종에서 해제될 경우 대기업의 참여로 중소기업의 경영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거나 수입품 비율이 높지 않아 무역마찰이 빚어질 우려가 적은 업종이 대부분이다.

◇고유업종 추가해제=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에 따라 인위적인 중소기업 보호가 쉽지 않게 된 데다 장기간

고유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부작용도 있다고 보고 남아있는 중소기업 고유업종도

점진적으로 축소한다는 입장이다.통상산업부 관계자는“남아있는 업종의 해제는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당위론 뿐 아니라 중소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각적으로 따져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고유업종 해제를 위해서는▶업종의 경쟁력등을 고려해 충분한 해제 예시기간을 설정하고▶해제 이후 최소 3년간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영렬.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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