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에 브라질 펀드‘브라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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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웃고, 러시아·인도는 울고, 중국은 웃고 울고-.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에 투자한 펀드의 지역별 수익률 편차가 올 들어 크게 벌어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 세계 주식시장의 부진에도 브라질 펀드는 연초 이후 2일까지 평균 10.45%의 수익률을 올리며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면 러시아와 인도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은 증시와 펀드 성적표가 따로 놀았다. 본토 증시는 상승세였지만, 국내 펀드 자금이 주로 들어간 홍콩 H주가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펀드의 ‘나홀로 상승’은 원자재 가격이 오른 덕분이다. 세계 원자재 가격 동향을 보여주는 미국 CBR 지수는 지난해 12월 초 300선 아래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말 318.68로 회복했다.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도 지난달 5% 상승했다. 대표적인 철광업체 발레(17%)와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5%)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브라질에 투자한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주식형자1’ 펀드는 17.9%, ‘미래에셋맵스인덱스로브라질주식형자’ 펀드는 16.2%의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브라질 증시의 반등을 이끌었다”며 “브라질이 브릭스 국가 중에선 내수시장이 가장 안정적이어서 금융위기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펀드는 주 투자처가 본토냐, 홍콩 증시냐에 따라 수익률이 극명하게 차이 났다. 중국 정부가 잇따라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9.3% 상승했다. 17개월여 만에 가장 큰 폭의 도약이다. 하지만 중국 펀드 자금의 대부분이 들어간 홍콩 H주는 오히려 9.6% 떨어졌다. 이 때문에 96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일까지 -6.13%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중국 본토 투자 비중이 높은 ‘PCA차이나드래곤A셰어주식’ 펀드는 한 달간 13.61%의 수익률을 거뒀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본토 증시는 중국 정부 부양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만, 홍콩 H주는 중국 증시보다 글로벌 증시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면서 “상반된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지만 브라질과 중국도 경기 침체의 여파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브라질의 지난해 12월 소매판매·산업생산은 크게 감소했다.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내수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2일 발표한 지난달 무역수지도 8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증권 최정원 연구원은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 경제의 특성상 세계 경제 침체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브라질 펀드에 대한 투자는 아직 조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서 연구원도 “중국이 다른 곳에 비해 낫다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라며 “새로 투자 자금을 넣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민근·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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