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항지진, 실수냐 은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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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진 안전국이 아니기 때문에 지진 발생의 정확한 관측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난달 26일에 발생한 포항 지진의 진앙지(震央地)추정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염려스럽다.과연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은 지진예보는 고사하고 진도4.3의 강진조차 정확히 관측하지 못할 정도인가. 당초 당국은 포항 동남쪽 94㎞ 바다밑이 진앙지라고 발표했다가 엿새만에 경주 동남쪽 6㎞ 지점으로 수정 발표했다.수정 발표된 진앙지 근처에는 고리와 월성 원전 4기가 밀집돼 있고 이 지역에는 앞으로도 3기가 더 건설될 예정이다.이들 원전의 안전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더구나 이 지역은 활성이냐,비활성이냐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양산 단층대(斷層帶)가 지나고 있고 최근에는 활성으로 드러난 입실단층의 존재도 확인된 곳이다.당국은 원전의 내진(耐震)설계는 진도7까지 견딜 수 있다고 말하기는 한다.

처음 관측 결과가 틀리게 나온데 대해 당국은 지진관측 장비가 78년에 도입한 구식 아날로그 장비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아울러 양산 단층대에 조밀하게 설치된 한국자원연구소의 자료를 추가로 분석한 결과 이같은 오차를 발견하게 됐다고 말한다.그러나 이런 해명은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구차한 것이다.보다 상세한 해명이 없는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여부에 쏠리는 국민의 걱정을 덜기 위해 진앙지 발표를 우선 숨긴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만 하다.

원전의 내진 설계는 세계적으로 철저히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4백여개의 원전에서 한군데도 지진피해를 본 곳이 없다는 당국의 설명도 못 믿을 바는 아니다.그러나 양산이나 입실 단층대처럼 안전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지역에 대해선 보다 확실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인공위성을 이용한 지구위치측정 시스템(GPS)을 통하면 ㎜단위 이하까지 지각판의 이동을 측정할 수 있다면서 왜 이런 착오가 생기는지 그것이 궁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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